캐즘 여파에도 ‘K-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30％대 지켰다…“하반기 실적 개선 총력” [비즈360]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올해 1분기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매출액 기준 합산 시장 점유율 30％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전년과 비교해 점유율 하락을 겪었으나, 삼성SDI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전체 점유율을 방어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0.3％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16％로 2위, 삼성SDI가 9.3％로 4위, SK온이 5％로 5위를 기록했다.

3사의 지난해 합산 점유율은 31.7％였다. 중국을 제외한 북미,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 위기에 빠지며, 올해 1분기 점유율이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0.4％포인트(p) 하락했고, SK온도 2.5％p 감소했다. 반면 삼성SDI는 1.5％p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SDI는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순위가 한 계단 뛰었다.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 CATL 역시 올해 1분기 점유율이 소폭 하락하며,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CATL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29.8％로, 지난해와 비교해 0.8％p 하락했다.

배터리 공급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를 달성, 가파르게 성장 중인 중국 BYD는 성장세를 유지하며 3위에 안착했다. BYD의 1분기 점유율은 11.1％로, 전년 대비 0.5％p 상승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연이은 고성장세”라며 “북미 지역에서의 점유율이 높은 국내 배터리 3사가 둔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중국에 대한 자국 보호 정책 강화와 국내 3사의 북미, 유럽에서의 현지 증설 등이 예정돼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 외 지역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3사의 점유율도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시장이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삼성SD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2％ 하락한 35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SK온은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정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다만 국내 3사는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신규 수주 지속, 포트폴리오 다각화, 비용 절감 등으로 반등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르노에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39GWh 규모의 배터리를 납품한다. 특히 LFP는 중국의 ‘텃밭’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계약에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고가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집중해 오던 LG에너지솔루션이 저가형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SDI와 SK온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둔화하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키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사는 이와 함께 투자 속도 조절에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ESS 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했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전기차용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ESS 전용 공장 건설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SK온은 포드와 합작 투자 중인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 가동 시점을 기존 2026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또 흑자 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