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 299인 중 찬성 194표-반대 104표-무효 1표
21대 국회 이어 두 번째 채해병 특검법 최종 부결
이달 초 표결보다 이탈표 늘어…“위험한 선택”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채해병 특검법)’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국회 재표결을 거친 끝에 부결, 최종 폐기됐다. 앞서 ‘반대’ 당론을 정했던 국민의힘은 재표결이 여야 의사일정 협의 없이 야권 주도로 강행된 점 등을 지적하며 또 한번 부결 총력전에 나섰다.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 의사를 밝혔던 한동훈 신임 당대표도 야당안을 “잘못된 법률”이라며 당론에 힘을 실었지만,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발생하며 향후 대야(對野) 전선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고개들었다.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실시된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은 재석 의원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300명 기준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192명에 달하는 범야권 외에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필요한 것으로, 이번 재표결에서 이탈표는 최소 4표에 그치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건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결과에 대해 “(당의) 결속이 깨졌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며 “일단 채상병 특검법이 위헌적 요소가 많은 문제가 많은 법이라고 저희가 생각을 했고, 그 부당함을 의원들이 확인하고 부결시켰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에선 늘어난 이탈표 규모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채해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던 이달 4일 본회의 투표에서 홀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외에 3명의 추가 이탈을 의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否)’ 한자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파악된 무효 1표를 감안해도 2명의 이탈을 뜻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가만 있겠나. 야권의 ‘분열 유도’ 전략이 통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이탈표가 친한(친한동훈), 친윤(친윤석열) 어느 쪽에서 나왔든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주장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의 검토 가능성을 열어놨고, 한동훈·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벼르고 있다. 야권의 특검 강행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이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 이탈표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전당대회 기간 수면 위로 드러난 계파 갈등이 실제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것(제3자 추천안)을 갖다 놓고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논의해서, 3~4표의 이탈표를 낸 분들도 이 상황에 대해 의견을 모아가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그냥 몰고 가기에 상황이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론을 벗어난 이탈표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나오지만, 무기명 비밀 투표 원칙을 어겨가며 징계할 경우 내부 반발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