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최근 낸 자서전에서 올해 초 있었던 '축구국가대표팀의 분열'에 대해 밝힌 입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 기간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 두둔하며 선수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30년 축구 인생을 되돌아본 자전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해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고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라며 "감독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선수들을 존중하면서 이들이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임무이자 업무라고 판단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의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서는 감독으로부터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받고도, '원팀 정신'에 필요한 협동심에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저학년 전국 대회나 연령대 대표팀부터 서로 존중하면서 원팀이 되는 것을 더욱 강조하려고 한다"며 "원팀 의식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지금 수준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의 창의성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에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후배 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입장에 팬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감독 재직 중 재택근무, 미국 원격근무 등 시종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 많은 비판을 샀으며,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대표팀 선수진을 지휘하고도 아시안컵 대회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돼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는데, 이에 대한 반성이나 해명은 커녕 오히려 클린스만 전 감독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아시안컵 졸전의 책임을 선수들간 불화로 돌리는 것은 클린스만 전 감독이 취해왔던 입장이기도 하다.
이에 누리꾼들은 정 회장의 자서전에 '별점 테러'를 하며 "올림픽도 40년만에 예선 탈락했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나", "뻔뻔하다", "클린스만과 말 맞췄나", "이제 그만 물러나시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