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인파 찍기 위해 드론도 뛰워…보디페인팅등 이벤트 또다른 볼거리
“다치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길 바랄게요!”
신이 내린 몸매로 단박에 스타로 떠오른 유승옥 씨의 화이팅 넘치는 응원으로 ‘헤럴드-푸마(PUMA) 이그나이트 서울’ 레이스(달리기)가 17일 오후 홍익대 앞과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낮 12시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일찍부터 나온 참가자들이 다양한 부대행사를 즐기면서 축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바디페인팅부터 음료시음행사, 푸마 팝업부스까지 후원사들의 이벤트는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출발 1시간 앞둔 오후 4시부터 본격적인 차량 통제가 시작되면서 파란색 대회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홍익대 앞 도로로 집결했다. 1만여명이 연출한 파란 물결은 극동방송 앞에서 홍익대 정문 앞까지 이어졌다. 메인무대에서 울려퍼지는 신나는 음악과 사회를 맡은 개그맨 김영철 씨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도 사로잡았다.
이날 대회에는 유명 연예인도 대거 참여했다. 달리기대회에 처음 출전한 엠아이비의 강남은 “다함께 소리질러”를 외치며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걸스데이 혜리는 “운동한지 너무 오래돼서 완주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애교 넘치는 ‘뿌잉뿌잉’으로 남성 참가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젊음의 레이스’답게 의례적인 외빈 인사는 생략했다. 대신 참가자들이 다함께 외치는 ‘카운트다운’으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1만여명의 거대한 파란 물결은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서강대교, 여의도 윤중로와 샛강공원, 여의도공원으로 이어졌다.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참여한 이정훈(34) 씨는 “달리기대회에 자주 참여하지만 오늘은 여자친구와 걷기 위해 참여했다”면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여자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차량이 통제된 서강대교에 올라서자 뛰는 걸음을 멈추고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회의사당과 양화대교 방향으로 시야가 확 트인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노을까지 물들면서 서강대교는 어느 새 사진명소가 됐다.
여자친구와 사진을 찍던 이영준(27) 씨는 “결혼식에 영상으로 띄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면서 “달리기보다는 색다른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그나이트 서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강대교에는 파란 인파를 찍기 위해 ‘드론’ 헬리캠도 띄워졌다. 드론 헬리캠은 서강대교 북단에서 등장하는 참가자들을 따라다니면서 하늘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한달전 하얀 벚꽃이 만발했던 여의도 윤중로도 이날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레이스가 3㎞로 접어들면서 참가자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다리 근육이 뭉친 동료를 부축하는가 하면 커플들은 서로 보듬어주면서 떨어지지 않게 손을 꼭 붙잡고 뛰었다.
한강공원 서울마리나클럽으로 들어서자 신나는 클럽음악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걷던 참가자들도 다시 뛰었고, 모르는 사람이지만 서로 화이팅을 외쳤다. 한강공원을 달리는 자전거부대들도 이날 만큼은 자전거에서 내려 달리는 사람들을 배려했다.
샛강공원으로 접어들면서 코스가 좁아지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췄다. 자원봉사자로 꾸려진 자전거 패트롤은 연신 “중앙선을 넘지마세요”를 외치면서 진로를 확보했다.
여의도공원과 KBS방송국 사이길에 마련된 결승선이 보이자 참가자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렸다. 먼저 들어온 참가자들은 일찌감치 명당을 찾아 자리를 깔고 누웠고, 기운이 남은 참가자들은 결승선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영국에서 온 직장인 네이슨(25) 씨는 “4년만에 10㎞를 뛰었는데 조금 힘들었다”면서 “출근이 걱정되긴 하지만 즐거운 레이스였다”고 말했다.
최원혁ㆍ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