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송파 장롱안 40대 여성 살인사건, 성동구 주차장 트렁크 3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강력범죄 피해자 10명중 9명은 여성으로, 여성들이 살기엔 너무나 무서운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발생한 강력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 및 강제추행)는 총 1만5227건으로, 이 가운데 약 87%인 1만3344건은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였다.
같은 기간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1638건, 나머지는 사체가 심하게 훼손돼 성별을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특히 강간ㆍ강제추행에 여성이 당한 건수는 남성(796건)의 10배가 훌쩍 넘는 1만2636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흉악범죄에서 여성 피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살인ㆍ강도ㆍ강간ㆍ방화 등 4가지 흉악범죄에 피해를 입은 여성의 비율은 85.6%에 달했다.
1995년 남성 대비 29.9%에 불과했던 여성 피해자는, 2000년 71.2%, 2005년 79.9%, 2010년 82.6% 등 갈수록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별범죄, 데이트폭력 등에 노출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도 이같은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에도 여자친구의 외도를 의심해 흉기로 상해를 입힌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한 30대 남성이 여자친구가 외도를 한다고 생각해 목을 졸랐다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마저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자 엄마들은 ‘딸 낳아 키우기 흉흉한 세상’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양모(40ㆍ여) 씨는 “딸 하나다보니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늘 노심초사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모(27ㆍ여) 씨도 “당장 나부터도 조금이라도 으슥한 골목길을 가면 흉악범이라도 만날까봐 무서운데 딸을 낳아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과거 남성 대 남성의 금전 갈등, 감정적 갈등 등이 여성에게로 번져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가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폭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는 심리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어 “가정에서는 가정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며 연인간에는 치정범죄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교육, 캠페인 등을 통해 남녀간 갈등을 줄이고 가부장적인 분위기 타파해나가려는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