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살생부 존재 논란으로 친박(親朴)계가 호재를 잡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다. 김 대표의 해명에도 진상조사와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공천을 두고 팽팽하게 맞선 때에 김 대표 흔들기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며 압박 강도를 높일 분위기다. 진실을 떠나 김 대표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좁힌 셈이 됐다. 김 대표의 실정(失政)에 따른 비박계의 내부 혼선이 친박계에 빌미를 준 형국이다.
흐름은 결국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김 대표 간의 진실공방으로 가고 있다. 김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한테 어떤 형태로도 공천과 관련된 문건을 받은 적 없고 들은 적도 없다”며 “제 입으로 문건인 살생부를 얘기한 바도 없고 다만 최근 정가를 떠도는 말을 종합한 말을 전했을 뿐”이라고 사퇴 진화에 나섰다. 더이상 논란 증폭을 막겠다는 선 긋기다. 한편으론 정 의원으로 책임을 넘기는 행간도 읽힌다.
정 의원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들은 대로 밝혔을 뿐이란 입장을 수차례 전했다. 김 대표가 내용을 정정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까지 밝히는 등 불필요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는 게 정 의원의 입장이다. 정 의원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혹은 존재하지 않는 살생부 실체를 정 의원에게 전하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본인은 빠지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소속이라도 출마하면 된다”고까지 강경한 반응을 내놓는 정 의원이다. 진실공방의 키를 쥐고 있다는 강경한 대응이다. 김 대표 스스로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만큼 정 의원도 명확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대표와 정 의원의 진실공방으로 오히려 분위기가 달아오른 건 친박계다. 김 대표를 흔들 기회를 잡았다. 김 대표의 해명으로 물러설 이유가 없는 친박계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에서 “공천학살설 중심에 당 대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하게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대표가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한 게 유감”이라며 김 대표 사과를 요구했다. 김태흠 의원도 “그런 소문이 있는데 좌고우면하지 말아라 하는 게 당 대표인데 당 대표가 나서서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고 그 안엔 뭔가 공작의 냄새가 난다”고 날을 세웠다.
상향식 공천을 두고 계파 간 세 싸움이 팽팽한 시기에서 김 대표로선 정치적 위기를 또다시 맞이했고, 친박계는 이를 계기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해프닝을 떠나 새누리당 내 공천 계파갈등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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