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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들’ 설민석, "내가 배운 연극의 스토리텔링을 역사에 얹어 강의해 인기 얻어"
라이프| 2024-07-20 13:06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C ‘강연자들’ 설민석과 오은영이 하나의 주제로 전혀 다른 강연을 펼쳤다.

7월 19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 2회에서는 ‘명품 스토리텔러’ 역사 강사 설민석과 ‘국민 멘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한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단, 접근법은 정반대였다. 설민석은 한계 정면돌파를, 오은영 박사는 한계 인정을 강조한 것. 하나의 주제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는 ‘강연자들’의 기획의도가 돋보였다. 이날 방송은 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상승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8%까지 올랐다.

먼저 설민석이 무대에 올랐다. 3년 만에 대중 강연에 나서는 설민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 떨리고 공포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사실 설민석은 처음 ‘강연자들’ 출연 요청을 고사했다고. 설민석은 흑역사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입시나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 강연 무대에 올랐다.

이날 설민석은 자신의 흑역사를 낱낱이 밝혔다. 설민석은 어렸을 때 공부를 못했다고 한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역사였다. 고등학생 시절 세익스피어와 연극에 매료돼 꿈을 키웠지만 대학에 7번 떨어졌고, 100kg에 가까운 체중 때문에 평탄하지 못한 군 생활을 해야 했다.

25살의 나이에 8수 만에 꿈에 그리던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지만 유지태, 하지원 등 뛰어난 동기들을 보며 환경적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후 한국사 강사의 꿈을 갖게 됐지만 ‘비 전공’, ‘학벌’ 등 또 다른 한계와 마주했다.

이렇게 흑역사의 연속이었지만, 설민석은 스스로 부딪혀 한계들을 극복해 왔다. 군에서 3개월 만에 체중 30kg를 감량해 3소대의 꽃으로 거듭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강점을 살린 스토리텔링 한국사 강의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MBC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한국사 강사로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내가 공부를 못했으니까, 학생들이 뭘 모르는지 잘 안다. 내가 배운 연극의 스토리텔링을 역사에 얹어 강의를 했다. 개연성→갈등→반전이 있는 강의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세종대왕이 왜 한글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설명해드리고, 한글을 세상에 내보였을때 최만리와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 상소의 갈등 상황에 훈민정음이 반포가 됐다. 여기서 반전이 들어간다. 왕의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 과로로 시력을 잃게 된다. 이렇게 끝나나 싶을 때 세종대왕이 나뭇가지를 꺾어 바닥을 두드리면서 앞은 보이지 않지만 백성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다가 하늘의 별이 되신 이야기."

심지어 그는 역사교과서에 있는 사진들이 다 죽어있다며 인터넷 강의를 위해 상하이 임시정부, 백두산 천지 등을 직접 찾아 현지에서 촬영을 하며 보여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설민석은 2020년 12월 석사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무너졌다.

설민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최강 지옥을 맛봤다. 꿈이었으면 했다”고 했다.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도 겪었다고. 설민석은 “내 악플 중 가장 많은 것이 역사기꾼이다. 이대로 도망치면 진짜 사기꾼이 되는 것”이라며 “특히 나를 사랑해준 어린이 팬들이 생각났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대로 도망을 친다면, 내가 강의했던 이순신, 정도전 같은 역사속 위인에게 말이 안된다. 특히 어려울 때 생각나는 사람이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9년간 귀양을 가 야인 생활을 하다 이성계를 만나 조선을 설계한다."

설민석은 표절 논란으로 학위가 취소된 학교인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 석사과정에 재입학, 핵인싸로 활동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에 김영미 PD가 “이번 논문은 문제가 없을 것 같나?”라고 날카롭게 물었는데, 설민석은 “약속드리겠습니다!”라며 자신의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석사논문은 1910년대 러시아에서의 항일독립운동사를 주제로 잡고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한계가 올지 모른다. 어떤 한계와 고난이 오더라도, 저는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갈 것을 확신한다."

이날 설민석은 “Keep Going! 더없이 위대할 우리들의 역사를 위해서 나아갑시다”라고 외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설민석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깨달은 ‘한계는 정면돌파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뭉클한 강연이었다.

이어 오은영 박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인상적인 등장을 위해 춤까지 도전한 오은영 박사는 “한계를 꼭 뛰어넘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앞선 강연자 김성근 감독, 한문철 변호사, 설민석과는 정 반대의 시각으로 한계를 바라본 것이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우리 현실 속 다양한 ‘한계’에 대한 예를 들며 “사실 한계는 뛰어넘으면 안 되는 것, 해결책은 한계라는 과정을 겪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가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순간은 분당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이날 방송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또 오은영 박사는 죽음, 체력, 인생에서 내가 할 역할 등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만큼, 한계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고 인정해야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이는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내면을 다스리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독려했다. ‘한계를 뛰어넘어 성공을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삶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뜻깊은 강연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은영 박사의 ‘심쿵 상담소’가 열렸다. 오은영 박사는 현장의 심쿵단 중 고민을 고백한 사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필요한 것 등 조언들을 건넸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포옹으로 사연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다. 고민을 털어놓은 사연자들도, 이들을 응원하는 현장의 심쿵단과 TV 앞 시청자들도 함께 따뜻해지는 은영매직이었다.

‘강연자들’ 2회는 설민석과 오은영 박사의 2인 2색 강연이 돋보였다. 설민석은 한계에 정면돌파 할 것을, 오은영 박사는 한계를 인정하고 잘 다루는 방법을 강조한 것. 강연 역시 설민석은 자신의 흑역사와 논란을 모두 털어놓고 열정적으로 부딪혔다면, 오은영 박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으로 다가섰다. 접근법만 다를 뿐, 그 안에 담긴 두 강연자의 진심과 메시지의 깊이는 비교할 수도 우열을 가릴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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