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선전 본사, 한국 취재진에 전격 공개

전시관 곳곳에 전기차·배터리 기술력 자부심

왕찬푸 회장의 이공계 인재 싹쓸이

30년만에 전기차 세계 1위 우뚝, “넘어야 할 과제도”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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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시 BYD 그룹 본사 홍보관에 전시중인 ‘블레이드 배터리’ 샘플 [BYD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선전)=양대근 기자] “기술이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 (技术为王,创新为本)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이 찾은 중국 선전시 BYD그룹 헤드쿼터(HQ·본사) 2층 홍보 전시관 내부. 전시관 한쪽 벽면에 큼지막하게 위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전세계 BYD 공장과 사업장에 가게 된다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BYD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표어이기도 하다.

BYD 본사 1층과 2층은 그룹의 3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날도 BYD의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 등 수백여명의 관람객이 몰려 인종시장을 방불케 했다. 2022년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라선 BYD의 ‘기술 자부심’을 이 전시관에 압축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BYD는 어떤 회사? 창립 30년 만에 세계 굴지의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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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의 프리미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브랜드인 팡청바오의 ‘바오5’가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다. [BYD코리아 제공]

1994년 충전전지 개발에서 시작해 1995년 공식적으로 회사의 문을 연 BYD는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노키아 등에 배터리와 부품을 공급하면서 성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2003년에는 중국의 국유기업이던 시안 진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량 제조업에 진출했다. 당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BYD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시대에는 유명한 자동차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는 등 ‘변방’ 또는 ‘카피캣’(모방품 또는 모방 기업)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성장 정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충전용 배터리 시장이 위축되면서, BYD는 회사의 주력 사업을 휴대폰에서 자동차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내연기관 분야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유럽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의 연구개발(R&D)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같은해 BYD는 세계 최초의 대량 생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인 ‘F3DM’, 2009년에는 순수 전기차 ‘E6’를 잇따라 출시했다. 당연하게도 시장 반응을 싸늘했다. 그럼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엔지니어 출신으로 BYD를 설립한 왕찬푸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1년은 연구개발 투자비가 그 해 순이익을 초과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이익이 3년 연속 크게 감소한 시기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를 악물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BYD그룹의 터닝포인트는 2020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배터리 셀을 칼날처럼 길고 평평한 형태로 제작해, 기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에너지 밀도를 비약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여기에는 기존 배터리 공정(셀→모듈→팩) 단계 중에서 모듈을 생략하는 ‘발상의 전환’이 핵심이 됐다. 한정된 공간에 셀을 더 많이 넣으면서 주행거리와 안정성까지 높였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올라가면서 ‘BYD 전기차’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테슬라와 함께 친환경차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BYD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2년 186만대에서 2023년 302만대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40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BYD는 일본 혼다(2023년 395만대·8위)와 미국 포드(397만대·7위)를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7위 자동차 기업에 오르게 된다.

2022년부터 BYD는 아예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배터리 전기차(BEV)와 PHEV 등 친환경차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왕찬푸 회장의 광적인 기술 집착…이공계 인재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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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찬푸(왼쪽) BYD 회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공장에서 전기차 누적 생산 1000만대를 기념해 펑지 게임사이언스 대표에게 자사의 전기차 세단을 증정하고 있다. [BYD 제공]

왕 회장은 지난 18일 창립 30주년 및 1000만대 생산 기념 행사에서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에 1000억위안(약 19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이공계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왕 회장과 BYD의 기술에 대한 집착은 숫자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BYD에 근무하는 약 90만명의 임직원 가운데 약 10만280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전체 직원 대비 10%를 훌쩍 넘는 숫자다.

BYD의 주요 임원들 모두 이공계 또는 엔지니어 출신이며, 매년 3만명에 달하는 신입직원을 뽑는 BYD가 중국 주요 대학의 이공계 인재들을 싹쓸이 해 간다는 후문도 있다.

현재 BYD가 신청한 글로벌 특허수는 4만8000건이 넘으며, 이 가운데 3만건 이상이 승인됐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액은 1년 전 대비 42% 증가한 202억 위안(약 4조원)에 달한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사장)는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BYD의 진정한 장점은 완전한 전체기술 체계 보유기업이라는 점”이라면서 “BYD는 핵심적인 부품기술뿐 아니라 대부분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로 시장 수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데, 어떤 산업군과 비교해도 높은 비율의 연구개발 인력을 포함한 임직원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기술력 무기로 모빌리티 全 분야 무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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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시에서 운행 중인 ‘스카이셔틀’이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BYD가 자사의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했다. [사진공동취재단]

BYD는 현재 전자·자동차·재생에너지·철도운송 등 4개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은 배터리·모터·전자제어 시스템 등 핵심기술을 보유,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모빌리티 분야 전반에 대한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BYD는 모든 운송수단의 전기화를 목표로 하는 ‘7+4 EV’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서 7은 승용차·버스·택시·여객운송차량·상품물류차량·건설물류차량·환경미화차량을 뜻한다. 4는 창고·광산·공항·항만 등 특수 운송 분야다.

이 가운데 고속 충전이 가능한 모노레일, 이른바 ‘스카이셔틀(중국명 원바)’는 BYD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을 받는다.

이 스카이셔틀은 현재 선전시 일대에서 운영 중이다. 핑산 고속철도역에서 BYD 본사까지 운행 중인데 약 8.5km 노선에서 11개 역을 모두 약 20분 만에 주파한다. 기존의 스트래들형 모노레일 대비 30~60% 건설비가 저렴하고 필요한 면적도 10분의 1정도에 불과해 수요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모노레일 역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돼며, 자율주행으로 운행된다. 1시간 만에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BYD 관계자는 “스카이셔틀을 통해 전력 공급선 구축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 절감에 따른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도시 대기 환경의 개선 기대감과 함께 배터리 등 전기차 기술을 활용한 관련 산업 간의 기술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BYD의 앞길에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 자동차 초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유럽연합(EU)도 이와 같은 관세 부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류 사장은 “기업으로서 (이러한 관세 정책으로) 저희는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다만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는데, 이러한 정책은 최종적으로 현지 소비자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높은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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