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로 여야 공수 위치 바뀌어

‘김건희 특검 재표결’ 막아도 ‘더 큰 파도’

‘당원 게시판 논란’ 분열 확산 위기감도

당분간 ‘李 선고’ 없어…반사이익 난망

野, ‘반드시 특검 관철’ 압박 수위 높여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안경을 고쳐쓰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특검법 재표결 정국’에서 여야의 공수 위치가 다시 바뀌게 됐다. 하지만 여당 내에선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막아내더라도 야당이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있어 더 큰 위기가 몰려올 것이란 위기감이 감지된다. 당분간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형사재판의 선고가 없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작 여권 내 자중지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이번 재표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아내고 그 이후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태균 사건’이 커지면서 당이 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고, ‘당원 게시판 논란’도 이어지고 있지 않나”라며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차에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 이른바 ‘윤한갈등’은 이달 2건의 이 대표 형사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잠시 수면 밑으로 내려간 듯 보였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향후 재판 확정시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때는 내부 갈등 문제와 무관하게 여권 내부가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정국의 흐름도 바뀌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면서 상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여권 내부 분열이 되레 더 도드라지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과정에서 나온 ‘설전’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더욱 부각시켰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몇 가지 의구심을 제기하자 한동훈 대표가 곧바로 대응하며 반박했고,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 고성과 공박이 이어지면서 ‘충돌 상황’이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리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적어도 몇 달 간 이 대표 형사재판 선고없이 연말부터 이어질 정국이 ‘진짜 여권의 시험대’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친윤, 친한계 모두 이번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위협적인 이탈표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번 재표결은 야당 공세의 시작점일 뿐 더 큰 파도가 잇따라 몰려 올 것이란 점도 인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무죄 선고 직후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여당 압박 준비에 나섰다. 당장 오는 27일 오후엔 국회 본청 앞에서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이 참석하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 촉구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오면, 이르면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만일 재표결에서 또 다시 부결되더라도 다시 발의해 입법을 추진하면서 특검법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사는 길도, 한 대표가 사는 길도 김건희 특검 수용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상설특검법으로 불리는 현행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활용한 특검 도입 준비도 동시에 진행한다. 상설특검에서 대통령이나 가족 관련 특검 후보 추천시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을 조만간 먼저 본회의에 올린 후 상설특검을 띄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