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지수 8개월째 ‘마이너스’…이상 기후·인구구조 변화 등 영향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고금리·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과 늦더위로 가을옷 수요가 줄어든 탓에 3분기 소비지출에서 의류 비중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의류·신발 지출은 작년 동기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이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가장 작은 수준이다. 의류·신발 비중은 작년 4분기 6.0%였다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4%, 5.4%로 줄어든 뒤 올해 3분기 3%대로 내려왔다. 과거 2014∼2016년에는 7∼8%대에 달했다.
연간 통계만 집계한 2017∼2018년에는 의류지출 비중이 각각 6.2%, 6.0%였다. 필수 소비로 꼽히는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분기에 작년보다 12.6% 증가했고 식료품·비주류 음료도 0.6% 늘었다.
반면 자동차 구입(-24.8%), 주류(-2.6%), 담배(-3.2%) 등은 줄었다. 의류·신발 지출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 20%)에서 감소율이 13.1%에 달했다.
산업활동동향 소매판매를 봐도 의류를 비롯한 재화소비에 찬바람이 불었다.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로 올해 3월(-3.4%)부터 10월(-0.8%)까지 8개월 내리 하락했다.
준내구재는 작년 12월(-1.6%)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그 중 의복 역시 작년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줄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자 가계가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소비를 줄이면서 의류 지출 등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상품과 서비스 소비 가운데 상품소비가 금리에 더 민감하다”며 “고금리 영향으로 자동차, 가구, 의류 등 상품소비가 부진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도 재화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봄·가을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짧아지면서 가벼운 외투 등과 같은 옷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10월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난방기기 수요도 감소해서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5.9% 줄었다.
우리나라 저출생 고령화도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과 40대 등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주력 소비층의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소비부진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경제 허리’로 꼽히는 40대 가구의 사업소득은 지난 3분기 최대 폭 감소했다. 40대 자영업자 가운데는 의류업이 속한 도소매업 비중이 20%가량으로 가장 많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에는 금리 인하 효과로 소비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금리 인하와 수출 개선 효과 등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민간소비가 올해 1.2%에서 내년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물가안정세와 명목임금 상승에 따른 실질 소비여력 확충,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높은 원리금 상환부담, 취약계층의 소비여력개선 지연, 일부 대기업의 고용 관련 불확실성 증대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