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평산책방’ 직원 폭행범 심신미약 감경…2년 실형 확정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운영하는 경남 양산 소재 ‘평산책방’의 여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선고는 검찰측과 가해자측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가해자의 조현병 전력을 감경 사유로 제시했다. 특히 이 남성은 과거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을 둔기로 때려 실형을 산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 노서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4)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9월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40대 여직원 B씨를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또한 B씨가 들고 있던 고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양손으로 부러뜨린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는 별다른 근거 없이 추석 연휴 기간 중 대형 참사가 발생할 거라는 생각에 문 전 대통령을 만나 참사 예방을 요청하기로 마음먹고, 9월 8일 오후 7시께 평산책방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책방 운영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 B씨에게 ‘문 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라는 취지로 말했으나 B씨가 “영업이 끝나 다음에 방문해 달라”며 책방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하자,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책방 정문으로 피신하려는 B씨를 쫓아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양손으로 밀쳐 넘어뜨린 뒤 바닥에 앉아 있는 B씨를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서 A씨의 과거 범죄 전력이 드러났다. A씨는 2021년 2월 흉기를 들고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의 집에 들어가려 한 혐의(주거침입)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은 뒤 집행유예 기간인 같은 해 12월 재차 조씨의 집에 침입해 둔기로 그의 머리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주거침입·특수상해)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A씨의 심신 미약을 인정해 2022년 5월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고, A씨는 지난해 9월까지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A씨가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이번 사건에서도 심신 미약이 인정돼 형량이 감경됐다. 노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2021년부터 조현병 및 조현성 성격장애 등 진단하에 정신과적 입원·통원 치료를 지속해 왔다”며 “최근 자의적인 약물투약 중단과 치료거부 등으로 정신증적 증상이 조절되지 못해 악화돼 왔고 특정 범죄자를 처단해야 한다거나 핵심 정치인에게 접근해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자기고양감, 객관적 현실에 대한 왜곡·망상 등이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부장판사는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는 등 분노, 과민, 적개심이 혼재된 정서인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조현병의 정신증적 증상으로 인해 의사결정 및 자신의 행위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심신 미약 주장을 받아들였다.

노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과거 범죄 전력이 있는데도 누범기간 중에 추석 연휴 기간 각종 사건 사고로 국민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만남을 시도했고, 이를 막아서는 피해자를 장애물로 판단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표출해 6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며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공간에서 발생한 이번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불안과 공포를 겪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어떠한 사과나 피해회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에 대해 그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노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정신질환이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