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올해 설립 40주년 된 E1
지분 100% 보유 인천클린에너지허브 설립
청정 수소 운송 사업 추진 목적
수소 생산·운송·충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 중
LPG 주력으로 지난해 매출 7.8조
LPG 의존도 98.5%로 사업 다각화 시도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대표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회사인 E1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수소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소 생산은 물론 운송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LPG 사업의 성장성이 낮은 만큼 E1은 LPG 의존도 낮추기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E1, 수소 밸류체인 구축 꿈꾸다
E1은 지난 9월 말 자회사 ‘인천클린에너지허브’를 설립했다. E1이 인천클린에너지허브 지분 100%를 보유한다. 청정 수소 운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E1 측은 설명했다.
E1은 지난해 개발사인 수소 캐나다와 캐나다 블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 투자 및 도입 확약식을 진행했다. E1이 투자한 자금은 1000만캐나다달러(100억원)이다. E1은 프로젝트를 통해 캐나다에서 확보한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에 도입, 이를 다시 수소로 바꿀 예정이다. 국내 도입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혼소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서울시 강서구와 경기도 고양, 과천 등 3곳에 수소 충전소를 구축한 바 있다. 수소 사업이 본격화되면 E1은 생산과 운송, 충전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E1이 수소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성장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았지만 수소 시장의 잠재성은 높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50년 수소가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 관련 시장 규모는 2조5000억달러(35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1은 다른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메리츠증권, 사모펀드투자 운용사인 칼리스탈캐피탈과 E1 컨소시엄을 구성해 평택 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평택에너지서비스를 인수했다. E1 컨소시엄은 평택에너지서비스를 인수하기 위해 5770억원을 투자했다. E1 관계자는 “LNG 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강원도 정선에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체된 LPG 수요…신사업이 답
E1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의 LPG 수입업체로, 오랫동안 LPG 공급 및 유통 사업에만 전념했다. E1 매출에서 LPG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98.5%이다. LPG가 사실상 유일한 먹거리이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E1을 이끌고 있는 구자용 회장은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E1은 LS 계열사에서도 알짜로 불린다. LS그룹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LS전선, LS일렉트릭보다 매출액이 높다. 지난해 기준 E1 매출은 7조8277억원이다. LS전선(6조2171억원)보다 29.5% 높고, LS일렉트릭(4조2304억원)과 비교했을 때 85% 많다. LS전선, LS일렉트릭 핵심 사업인 해저케이블, 전력기기가 최근 AI발(發) 전력 인프라 투자 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E1이 높은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이런 E1이 변화를 시도하게 된 원인은 LPG 사업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때 서민 연료로 불렸던 LPG는 도시가스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내 LPG 소비량을 살펴봤을 때 2022년(1억3278만배럴)을 제외하고 1억2000만배럴대에 머물러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경기가 다소 나아지면서 2022년에 일시적으로 LPG 소비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PG 트럭 보급 확대, 석유화학용 LPG 수요 증가 등 LPG 시장에 호재가 될 긍정적인 변수도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원재료인 LPG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부활 등 변수가 발생하면 LPG 전체 수요는 언제든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1과 마찬가지로 LPG 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SK가스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가스가 주목하고 있는 신사업은 LNG이다. LNG는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기 이전에 다리 역할을 하는 이른바 브릿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SK가스는 지난달 15일 한국석유공사와 1조2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석유·LNG 복합에너지 터미널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준공식을 진행했다. KET는 405만배럴의 LNG를 하역 및 저장, 송출할 수 있다.
이로써 SK가스는 LNG 저장과 공급을 책임지는 KET, 수요를 담당하는 울산GPS 등 LNG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SK가스가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울산GPS는 LNG·LPG 복합화력발전소이다. 발전 용량은 1.2GW로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가스와 E1 모두 에너지 전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