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경찰청장·서울청장 동시 긴급체포
경찰 지휘부 수사 토대 군·정부까지 겨냥
중요 임무 종사자 확보로 ‘수괴’ 수사 확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밤 구속된 데 이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긴급체포 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군과 경찰의 수뇌부의 신병이 동시에 확보되면서 수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등 정부-군 주요 인사로 외연이 확장될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11일 오전 3시49분께 “조 청장과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조 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김 청장은 같은 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각각 11시간, 10시간에 걸친 장시간 조사 끝에 긴급체포됐고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내년 창설 80주년을 맞는 경찰청 역사에서 ‘청하나(경찰청장을 일컫는 내부 용어)’와 ‘명하나(지방청장을 뜻하는 용어)’가 동시에 체포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특수단은 이로써 ‘예외없는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첫번째로 구속됐다.
▶내란은 ‘중범죄’...경찰 지휘부 전격 체포=특수단의 이번 긴급체포는 이들의 내란 혐의가 중범죄인 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경찰 인원을 동원해 국회의원 등의 국회 출입을 막아 형법상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조 청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력을 보내 계엄군의 계엄집행에 협조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간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이들을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국회와 선관위 등 현장에 출동한 일선 경찰관들의 참고인 진술과 당일 무전 기록 등 증거를 분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 청장은 특수단 조사에서 “계엄 선포 직후 국회 통제는 자신의 지시였고 계엄사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 통제는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남대문서에 구금된 두 청장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거쳐 12시간 안에 긴급체포에 대한 검사 승인을 얻고, 체포 후 48시간이 되는 오는 13일 새벽 전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 당시 경찰 정황 파악…군·정부 인사 증언 확보할 듯=경찰 수뇌부의 계엄령 직후 무전·통화 내역과 진술을 확보한 특수단은 이를 토대로 군·정부 인사들을 조준하고 있다. 우선 계엄 당일 조 청장과 긴밀하게 연락한 여 사령관과 박 총장 등 군 수뇌부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전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돼 포고령 제1호를 포고한 박 총장은 내란 및 군형법상 반란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 밖에도 특수단은 지난 10일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 참석자 11명에게도 출석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함께 회의에 배석했던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기에는 피의자와 참고인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내란 혐의로 고발된 한 총리와 조 원장은 피의자 신분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미 국무위원 한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특수단은 “출석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현, 내란혐의 수사 첫 구속=이와 함께 이날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첫번째로 구속됐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지난 9일 김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계엄군 지휘관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을 투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지목해 ‘수괴’는 따로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공모자로, 윤 대통령을 공모자로 지목한 만큼 향후 수사에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기획·지시했는지 여부가 수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란죄는 다수가 모의해 저지르는 범죄이기 때문에 ‘윗선’으로 수사가 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국회 진입 당시 윤 대통령과 통화 내용을 폭로한 것도 윤 대통령 직접 수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전화로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 선관위 등지에 군·경찰을 투입한 경위와 지휘체계, 구체적인 지시에 윤 대통령이 얼마나 가담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검찰 수사에 힘을 싣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수사권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공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리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직접 윤 대통령의 관저와 청와대 압수수색, 윤 대통령 긴급체포·구속 등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용경·박준규·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