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한달 남아

‘삼성물산 vs 현대건설’ 수주전 격화

한남4구역
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장인 한남뉴타운 4구역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홍승희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공사비는 어차피 오르게 돼있어요. 분담금을 낮춰준 현대건설보다, 4년간 나눠 낼 수 있게 해주는 삼성물산이 더 유리할 거란 얘기에요” (한남4구역 A공인중개사)

“한남3구역 재건축 시공을 현대건설에서 맡았으니, 4구역도 같이 진행하는게 속도가 붙지 않겠어요?”(한남4구역 B공인중개사)

서울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한남뉴타운에서 마지막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4구역에선 시공사 선정을 두고 조합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내 건설사 ‘빅2’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수주 경쟁 중인데, 양사의 조건에 대한 선호도가 조합원별로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남4구역의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앞서 사업시행인가의 사전단계인 세입자 조사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재개발 진행에 속도가 붙자 들썩이는 분위기다.

한남4구역, 세입자 조사 착수…사업시행계획서 짠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9일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주거세입자 조사에 대한 서류 접수를 완료했다. 조사는 2009년 1월 3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한남4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한해 진행된다.

조합 관계자는 “세입자에 대한 전수조사는 계속 진행 중에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시행인가 계획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장인 한남뉴타운 4구역. 홍승희 기자

주거세입자 조사는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사전단계다. 오랜 기간 재개발 지역에서 거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마치면 시공사 선정 등을 한 뒤 건축물 및 정비기반시설 등을 위한 설계도와 시공을 위한 필요한 각종의 계획을 포괄해 사업시행계획을 짠다.

관건은 시공사 선정이다. 한남4구역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는 내년 1월 18일로 예정돼있다.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다. 앞서 설계와 디자인의 차별점을 부각하며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바빴던 양사는 이번엔 분담금 상환 유예나 책임준공 확약서와 같은 ‘금융혜택’을 내걸며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먼저 현대건설은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사업조건으로 총공사비를 대폭 낮췄다. ▷총공사비 1조4885억원 ▷사업비 전액 CD+0.1% 책임조달 ▷총공사기간 49개월(본 공사 기간 43개월) ▷아파트·상가 미분양 시 100% 대물변제 등이 조건에 해당한다.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중앙광장 조감도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중앙광장 조감도[출처 삼성물산]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특히 조합이 예상한 공사비(1조5723억원)보다 868억원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게 특징이다. 조합원당 약 7200만원의 부담금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사업비 1조5000억원을 CD+0.1%의 고정금리로 책임 조달함으로써 금리 상승 시에도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약속을 보장하기 위한 ‘5대 확약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은 ▷책임준공 확약서 ▷아파트·상가 대물인수 확약서 ▷공사도급 계약 날인 확약서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및 비용부담 확약서를 명시했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5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 조합원 부담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금융조건을 제시했다. 분담금 상환을 최대 4년까지 유예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조합원 이주비도 기본 담보인정비율(LTV) 50%에 100%를 추가해 총 150%의 대출을 받는 등의 조건으로 가구당 12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다. 자산평가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구도 최소한 12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이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둘로 나뉜 조합원…“분담금 어차피 오른다”엔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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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장인 한남뉴타운 4구역 현장. 홍승희 기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삼성물산의 금융조건을 유리하게 보는 시선과 현대건설의 공사기간 단축 등을 더 유리하게 보는 시선이 혼재돼 있다.

재개발구역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보통 분담금 납부는 입주 시점에 100% 이뤄지지만 삼성물산은 입주 후 2년이나 4년이 되는 시점에 이를 내도록 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물산에 힘이 실린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단 주변의 재개발 지역을 고려했을 땐 현대건설이 공사를 수주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지적도 있다.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디에이치 한남’으로 거듭날 예정인데, 4구역까지 함께 공사하는 게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남4구역 공사를 위해선 한남3구역에 우회로를 둬야한다”며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 게 건축 기간을 단축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7층~지상22층, 51개 동, 2331가구와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구역은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재개발 지역인 탓에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의 물량이 더 많아 조합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지어질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강벨트를 남쪽에 두고 있어 오히려 강남에 위치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보다 조망권이 더 좋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남4구역이 ‘한남뉴타운 중 사업성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