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정보기술(IT)업계의 별’인 고(故) 스티브 잡스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생전 고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회상하며, 잡스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이 사장은 이날 잡스의 비공개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엔 잡스와 친분이 깊었던 지인들과 실리콘밸리 유명인사들만 초청됐다. 이 사장의 잡스 추도식 참석은 ‘지인’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상징성이 크다.
절정에 달한 애플과의 특허전쟁 속에서 잡스 사망에 따른 향후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등 복합적인 함수가 내재된 일정이다. 이 사장은 경쟁자이지만 친구였던 잡스의 추도식에 삼성 대표 조문 역할을 수행한 셈이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셈이다.
이에 이 사장의 미국행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크다. 이 사장은 추도식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와 애도 인사를 나눈뒤 개별 회동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두 사람의 만남은 삼성-애플 소송전에 있어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장이 생전의 잡스와 특별한 인연을 가졌던 점 외에도, 특허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쿡 CEO가 굳이 이 사장을 초청했다는 것은 뭔가 줄 ‘메시지’를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세간에 삼성과 애플이 ‘상처뿐인 영광’이 예고되는 특허전쟁을 잠시 멈추고 ‘견제와 협력’의 새 관계를 설정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쨋든 이 사장은 애플과 담판을 하든, 조율을 하든 뭔가 결과물을 갖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16일 저녁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쿡을 보겠지만 (소송전 등)그것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쿡을 만난 이상 서로에 대한 ‘접점’을 타진했을 것은 명확해 보인다.
이같은 이 사장의 ‘추도식 행보’는 삼성 후계경영의 대표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힐 수 있는 기회로도 볼 수 있어 삼성 내부도 은근히 이 사장이 갖고 올 보따리의 크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편 이 사장은 출국 자리에서 “(잡스는) 까다로운 고객이고 경쟁자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가장 먼저 전화해서 위로를 해줬다. 2005년엔 큰 거래가 있었는데 집에 불러 저녁을 사기도 했다”며 고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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