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선거의 해’다. 선거는 민의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수단으로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다. 하지만 표심을 의식한 무분별한 선심과 관용의 남발로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정도와 원칙이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질서와 원칙이 무너지면 국가 운영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리게 된다. 민주의의 꽃이 아니라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과 원칙의 준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원칙을 외면하는 정치적 논리와 편법들이 벌써 판을 치고 있다. 선거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엊그제 정부가 내놓은 피해산업 구제 대책이 우선 그렇다. 오는 2017년까지 무려 54조원을 투입하지만 해당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근본적 대책이 아닌, 눈앞의 민심을 달래는 원칙 없는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손실 차액을 보전해주고, 육지에서 떨어진 어촌에 살거나 밭에 김만 매러 가도 정부가 돈을 주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려 할 것인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의 96%가 잘려나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무원칙한 국가 경영의 극치다. 안보 우선의 원칙이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쓰지 않은 예산을 활용하면 사업 진행이 차질이 없다지만 그렇지 않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국책사업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얼마 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진보정당 한 핵심 당직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법과 원칙의 잣대를 자신의 편의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오만함이 넘친다. 이 모두가 국가 경영 원칙이 무너지는 파열음들이다. 그런 점에서 동국대학교가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인 일부 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를 내린 것은 의미가 크다. 폭력적 투쟁수단에 더 이상 관대할 수 없다는 단호함이 돋보인다. 불법에 관대하면 또 다른 불법을 낳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거짓과 선동이 정론을 압도하고, 불법과 폭력이 영웅 대접을 받는 거꾸로 사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해에는 법과 원칙이 반듯한 사회로 되돌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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