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주택가에서 발생한 ‘납치-성폭행-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초동단계부터 상식 이하로 엉망진창이다. 우선 최악의 공포 속에서도 몇 분에 걸쳐 이뤄진 112 신고전화에 대한 경찰의 둘러대기와 거짓말은 우리 경찰의 수준이 어떤지를 한눈에 알게 한다. 경찰은 지난 4일 피해 여성이 10초 정도 짧게 신고했다더니 이튿날 1분이 넘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경찰 자체 감찰 결과는 무려 7분30초를 넘었다. 통화내역도 경찰 동원숫자도 모두 거짓 투성이다. 피해자가 용케 한 장시간의 신고전화는 결국 경찰의 무능 앞에 외마디 비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도 피 말리는 피해자의 신고전화 음성을 듣고 있었다는 점이다. 곧바로 경찰 수십 명을 투입, 놀이터나 공터 등을 샅샅이 뒤졌다지만 초동단계에는 5명, 3시간이 지난 뒤에야 10명을 추가 투입하는 데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장소를 상세하게 알렸으나 몇 시간이고 헛발질만 해댔다. 지동초교에서 못골 방향이라고 했는데도 못골에서 헤맨 경찰이다. 초등학생들도 강남사거리에서 한남대교 방향이라면 한강둔치로 곧장 달려가지 않을 것이다. 피해 여성이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절규하고 몸부림치는 통화내역에 이르면 안타깝고 분하기 짝이 없다. 경찰은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끝으로 1분도 채 안 되는 통화내역이라고 잡아뗐으나 이후 6분 넘게 전화는 연결돼 있었고 접착테이프를 찢는 소리에 몸부림치는 소리, 단말마까지 이어졌다. 이런데도 경찰은 아는 사이인 것 같다거나 부부 싸움이라는 한가하고 얼빠진 넋두리로 일관했다. 현장 경찰이 한 것은 고작 어둠침침한 공터를 살피고, 불이 켜진 몇몇 집 창문에 귀를 쫑그리고, 더러는 순찰차 안에서 코를 곤 것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 내부의 신고체계 부실이다. 사건을 책임진 담당 형사과장은 당일 자정 보고를 받고도 이튿날 오전 9시에야 현장에 나타났고 관할 서장은 이마저 까맣게 몰랐다. 뒤늦게 일선 지휘라인 몇 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린 조현오 경찰청장의 대응 역시 허둥지둥 수준이었다. 조 청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통치 차원에서 다룰 일임을 청와대는 알기 바란다.
이 기사가 어떠셨나요?
회원 전용 콘텐츠
HeralDeep
연재
전체보기
-
-
칩칩팹팹상장설 솔리다임 ‘200조 몸값’ 가능할까…키옥시아·샌디스크 비교해보니 [칩칩팹팹]
-
지구, 뭐래?“인신매매 당할 수 있다” 알고도 떠난 10대 소년들…잔인한 선택, 이유 알고 보니 [지구, 뭐래?]
-
푸드360“중국선 3000원대인데 한국은 7000원?”…프리미엄 전략 펼치는 중국 차 브랜드 [푸드360]
-
중기+장관 SNS가 ‘민원창구’ 됐다…이소영 페북에 댓글 쏟아진 사연은 [중기+]
-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힘줄 태우고 강물에 띄워버려라”…‘반란 실패’ 두 왕자의 참혹한 형벌을 그린 이유[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바리스트 비탈 뤼미네 편]
-
이 시각 관심 정보
이 시각 주요기사
많이 본 기사
-
1사회박지만,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입 열었다…“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운가”
-
2부동산34억에 사서 딸부부 줬더니 70억 돌파…정몽준·MBK·코리안리 기업인들 모인 왕궁터[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
-
3경제‘김구라 아들’ 28세 그리…“전세끼고 2.5억에 산 아파트, 지금은 10억”
-
4연예‘새집 공개’ 이동건, 전처와 쓰던 가구 그대로 “내가 산 거라”
-
5사회유해진 측, 강경 대응 예고…“신변 위협, 모든 조치 취할 것”
-
6정치발목 잃은 DMZ 대대장, ‘전상’ 인정시 장애보상금 8925만원…“현역 복무 열어줘야”
![“사진이 없었다면 서도호의 집도 없었다”…AI시대의 디자인은?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4/news-p.v1.20261002.0ffbb86d3e9e46a58a4b86f42aba2be4_T1.jpg?type=h&h=240)
![“오토바이보다 느려도 볼트에 열광”…AI 시대, ‘인간의 노력’ 가치 커진다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3/news-p.v1.20261002.e1f12514a5e946e0a336430f2fab6c95_T1.jpg?type=h&h=240)
![윤경식 “AI가 지식 다 가진 시대…비워야 창의력 들어선다”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02/news-p.v1.20261002.31b39d45dcbb4a0085513b0578901f2a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