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본 ‘은교’
“똑같아, 어쩜 나랑 똑같아.”
23일 오후 홍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문인 200명을 대상으로 열린 영화 ‘은교’ 시사회 도중 서재 구석구석에서 먹던 물컵과 찻잔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쿡쿡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글쓰는 이들의 버릇 같은 게 내비쳐지며 웃음이 번진 것이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를 원작으로 한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가 26일 일반 개봉을 앞두고 작가들에게 화제다.
노 시인과 제자, 어느날 불쑥 찾아들어온 여고생 은교, 셋 사이에 벌어지는 욕망의 그늘과 존재의 외로움을 그려낸 ‘은교’는 “원작의 맛을 잘 살려냈다” “요즘 한국영화와 달라 신선했다”는 게 영화를 보고 난 문인들의 중평이다.
소설가 이현수 씨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원작에 비교적 충실해 이 정도라면 영화판권을 넘기는데 불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다은 씨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시인 이적요의 욕망을 좀 더 드러내면 좋지 않았나 싶다”고 평하기도 했다.
원작 소설의 주인공 소설가 박범신은 “소설을 한 달 반 만에 썼다. 당시엔 영혼을 팔아서라도 젊음을 얻고 싶기도 했다. 소설을 쓰고 나니 늙어가는 문제에 대해 편해졌다”면서, “요즘 한국영화 분위기에서 존재론적 물음을 다룬 건 모험이다. 영화가 젊은 관객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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