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마주한 채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노란 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삶은 팍팍하지만 노란 백열등 불빛 아래 집집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철거를 앞둔 서울 달동네 마을의 고즈넉한 밤 풍경이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파괴와 재건이 공존하는 도시를 찍는 안세권의 사진작품 ‘월곡동의 빛’이다. 작가는 뉴타운 건설에 직면해 이제 곧 사라질 산동네 집들에 주목했다. 수년 후 찍은 그의 월곡동 사진에는 이미 고층아파트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기억을 품은 공간들은 이렇듯 역사 저편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빨리 옛 모습을 잊어가는 건 아닌지 작가는 되묻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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