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착수하자며 야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연임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은 만큼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기해오던 개헌 반대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1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연임 불가에 대한 말이 나오면 내게 ‘그게 최고의 공적’이라고까지 얘기했다”며 “국민의힘이 (개헌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당 개헌추진단을 발족시키고 내년 상반기 개헌 국민투표를 위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개헌보다 민생이 먼저”라며 사실상 논의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8일 국회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단언했다.
개헌이 이번 정부에서도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는 의제가 됐다. 용혜인·김승원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연이어 자진사퇴하고, 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가운데, 개헌을 전면에 꺼낸 여당이나 사실상 무조건 반대를 선언한 야당이나 결국 정치적 속내야 뻔하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일 것이다. 여당에 묻고 싶다. 집값과 기름값은 뛰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미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군사협력을 연일 밀어붙이는 엄혹한 대내외 환경에서 과연 개헌이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민생부터 챙기고, 엉망이 된 개각 인사부터 제대로 수습하자”고 했지만, 제때 빌미를 얻은 것일 뿐 사실은 민주당 정부에 개헌의 공을 결코 넘길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야당 모두 추호의 진정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헌정사의 과제다. 1987년 개헌 이후 현재의 헌법은 무려 40년이 다 돼간다. 전문에 수록되는 헌법의 정신도, 기본권에 대한 규정도, 입법·행정·사법의 의무와 권한·분립도 시대에 맞춰 모두 바뀌어야 한다. 특히 이제 역사적 수명을 다해가는 대통령 5년 단임제도 국민의 요구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면 하나씩 개정해야 한다. 과거의 제도가 국민의 현재 삶과 국가의 미래를 더 이상 구속하게 방치해선 안된다.
개헌은 의회의 일이다. 대통령도 사과했으니 여당도 인사와 국정에 대해 쇄신의 의지를 가감없이 보여줘야 한다. 개헌부터 압박할 것이 아니라 민생부터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국정·인사가 바뀌지 않으면 개헌 동력이 생길리 만무하다. 국민의힘도 ‘개헌 불가’로 버텨서는 안된다. 그 또한 국민과 시대의 요구를 배반하는 일이다. 민생은 민생대로, 개헌은 개헌대로 여당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게 의회에 주어진 헌법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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