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으로 알려진 활동가 ‘하워드 X’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남북전 경기장에 나타났다. 하워드 X는 북한 응원단석으로 다가가다 경찰에 제지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워드 X는 전날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여자축구 조별리그 F조 3차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특유의 헤어스타일에 인민복 형태의 상의를 입고 모형 로켓을 든 채 경기장에 들어서 관중과 보안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워드 X가 북한 응원단석 쪽으로 점점 다가가자 경찰이 충돌을 우려해 직접 제지했다. 하워드 X는 경찰에 이끌려 다른 장소로 옮겨지는 동안에도 북한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워드 X는 연합뉴스에 “일본에 사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이들은 일본에 살면서 북한 학교에 다니고 온갖 선동과 헛소리로 북한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뇌의 고리를 깨부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를 희화화하는 행위가 재일조선인에게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모욕하는 게 아니라, 틀을 깨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워드 X는 “오늘 나를 본 사람들이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나를 찾아보고 웃게 될 것”이라며 “지도자를 보고 웃을 때 모든 공포가 사라진다”고 했다.
하워드 X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된 사례를 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내고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있다”며 “북한은 스포츠 대회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워드 X는 홍콩에서 태어나 10살 때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중국계 호주인이다. 그는 김 위원장 분장을 통한 정치 풍자로 북한 체제와 홍콩 민주화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해 왔다. 이번이 13년째다.
북한과 관련한 국제 행사마다 등장해 제지받은 전력도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닮은꼴과 함께 개막식에 나타났고,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관중석에서 한반도기를 들었다.
같은 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싱가포르에서는 창이공항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베트남 당국이 비자가 유효하지 않다며 하워드 X를 추방했다.
하워드 X는 당시 AP통신 등에 “김정은을 닮은 얼굴로 태어난 게 진짜 죄”라며 “풍자는 독재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평창 때 북한 응원단의 반응에 대해 하워드 X는 “일부는 어떻게 감히 사칭하느냐는 식이었고, 어떤 이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웃는 사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헤어스타일은 일본 미용실에서 김 위원장의 앞·옆·뒷모습 사진을 보여주고 만들었다고 했다. 머리가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는 “아뇨. 끔찍해요. 김정은은 패션 감각이 엉망이에요”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북한과 1-1로 비겼다. 전반 북한에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윤수정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은 나란히 2승 1무(승점 7)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앞선 북한이 조 1위, 한국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은 25일 오사카에서 우즈베키스탄과 4강 진출을 다툰다.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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