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반세기 동안 세계 대중음악사의 변곡점을 개척해 온 아일랜드 출신의 록 밴드 U2가 돌아온다. 장장 9년의 긴 침묵을 깨고 결성 50주년을 맞아 16번째 정규 앨범을 낸다.
28일 유니버설뮤직에 따르면 U2는 오는 11월 13일 통산 16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인 ‘카르나발 데 루스(Carnaval De Luz)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2017년 ‘송스 오브 익스피어리언스(Songs of Experience)’ 이후 9년 만에 베일을 벗는 신보다.
새 앨범 공개에 앞서 U2는 초기 서프 펑크(Surf punk)의 날 선 원초적 에너지를 2분 35초에 응축한 리드 싱글 ‘실렌시오(Silencio)’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전격 공개했다.
밴드의 이번 앨범의 공개 시점이 특별하다. 1976년 9월, 14세 소년이던 드러머 래리 멀린 주니어가 더블린 북부 마운트 템플 종합학교 게시판에 “드러머가 밴드를 결성할 음악인을 구합니다”라는 메모를 붙인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보노(Bono·보컬), 디 엣지(The Edge·기타), 애덤 클레이턴(Adam Clayton·베이스), 래리 멀린 주니어(Larry Mullen Jr.·드럼)로 닻을 올린 U2는 데뷔 이래 반세기 동안 단 한 번의 결원이나 교체 없이 원년 라인업을 보존해 온 록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이다.
이들은 통산 15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전 세계 음반 누적 판매고 1억 7500만 장을 돌파했으며, 그래미 어워드에서 역대 록 밴드 최다 기록인 22관왕을 거머쥐었다. 200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밴드는 ‘더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악퉁 베이비(Achtung Baby)’ 등 불멸의 명반을 남겼다. 특히 인권 신장과 반전 평화, 빈곤 퇴치라는 사회적 책무를 혁신적인 음악 어법과 융합시켜 인류애를 대변하는 시대의 나침반으로 군림해 왔다.
U2는 결성 50주년과 신보 발표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25일 더블린에서 두 차례의 극비 게릴라 공연을 열었다. 밴드의 산실인 모교에서 교직원과 후배 1000여 명 앞에 선 데 이어, 불과 몇 시간 뒤 유서 깊은 그래프턴 스트리트의 뷰리스 카페 발코니에 깜짝 등장해 도심 전역을 마비시킬 만큼 운집한 수만 인파를 뒤흔들었다.
명 프로듀서 잭나이프 리가 진두지휘한 정규 16집 ‘카르나발 데 루스’엔 총 12곡이 담긴다. 밴드가 2026년 상반기에 잇달아 선보인 두 장의 미니앨범(EP) ‘데이즈 오브 애시(Days of Ash)’와 ‘이스터 릴리(Easter Lily)’가 사순절과 부활절의 엄숙한 종교적 은유 속에서 우크라이나·중동 분쟁 등 지구촌의 비극을 응시했다면, 이번 신보는 그 앞선 계절의 ‘카니발’을 호출해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 연대와 영성, 불굴의 환희를 녹여냈다.
앨범의 크레디트는 시대를 가로지르는 음악 거장들의 이름으로 빼곡하다. 오랜 예술적 동반자인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누아를 비롯해, 글로벌 전자음악(EDM) 슈퍼스타 마틴 개릭스, 원리퍼블릭의 히트메이커 라이언 테더가 합류해 사운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가장 주목할 곡은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12번 트랙 ‘톤(Torn)’이다. 지난 8월 25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컨트리 음악의 전설 고(故)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생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보노와 목소리를 맞춘 듀엣곡이다. 스노우 패트롤의 조니 맥데이드가 공동 작곡한 이 곡은 병상에 있던 돌리 파튼이 투혼을 발휘해 남긴 마지막 유작 보컬 트랙이다. 깨어진 가족 관계와 인간적 상처를 어루만지는 숭고한 화음을 품었다.
영국 가디언은 유투-U2가 올 한 해에만 두 편의 미니앨범(EP)과 정규작을 아우르며 무려 24곡의 신곡을 쏟아낸 경이로운 창작열에 찬사를 보내며 “밴드 전성기를 지탱하던 야성과 확고한 목적의식, 음악적 신념이 완전하게 부활했다”고 평했다. 미국 롤링스톤과 빌보드 역시 원년 멤버 네 명이 50년간 안주 없이 구축해 온 음악적 유대를 조명하며 “거장들의 타협 없는 미학적 모험”이라고 평가했다.
프런트맨 보노는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보라색 양말과 상처 입은 마음, 장밋빛 순수함을 품고 오라. 강렬한 기타와 깊은 베이스, 황홀한 리듬, 은빛 눈물이 공존한다”며 “창의성을 빚어내는 상상력이 괴물을 낳기도 하기에 드럼 소리를 키우고 서사는 거칠고 유쾌하게 벼렸다. 세상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고 해서 우리마저 어둠 속에 머물러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창작의 결의를 들려줬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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