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등 7대 중대범죄는 중수청
‘5억 미만 경제범죄’ 경찰이 수사주체
공소청 검사, 재수사·보완수사 요구만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 새 형사사법체계가 2일 첫발을 뗐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지면서 주요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눠 맡고,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담당한다. 국민이 고소·고발장을 내는 곳부터 수사 결과에 불복하는 방법까지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날부터 중수청·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78년 만에 폐지됐다. 그간 검찰이 수행했던 직접수사 기능은 중수청이 담당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다. 검사가 경찰 등의 수사를 통제하는 기능은 보완수사·재수사 요구 등의 형태로 공소청에 남았다.
가장 큰 변화는 수사의 주체다. 일반 범죄는 경찰이 수사를 맡고, ▷부패·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법왜곡 등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담당한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수사한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이 고소·고발장을 내는 곳도 달라진다. 일반 사건은 원칙적으로 경찰에서 접수하고, 중수청 관할 중대범죄는 중수청에 고소·고발할 수 있다.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의 경우 피해액 5억원 미만 사건은 경찰이, 5억원 이상은 중수청이 맡는다. 대부분의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권한과 책임은 그만큼 커졌다. 검찰이 직접수사에서 손을 떼면서 경찰은 일반 형사 사건 수사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형사사법체계가 바뀌면서 경찰의 수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수사 과정에서 권리가 침해될 경우 이를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됐다. 수사를 개시한 뒤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증거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고소인 등은 해당 수사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관서장은 이의제기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수사공무원 교체 여부와 수사 경과·계획, 권리보호 대책 등을 알려야 한다. 조치가 없거나 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14일 이내 상급관서에 다시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에는 기한이 생겼다. 고소인 등은 불송치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이의신청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건 기록 등의 송부일부터 6개월의 범위에서 이의신청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고발인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범죄피해자에 준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 사건은 공소청으로 넘어간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직접 수사에 나설 수는 없다. 필요한 경우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은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취득한 진술·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추가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즉 검사가 수사 개시는 물론 보완수사도 할 수 없고,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검사에게 부여된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헌법상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가진다는 점으로 인해 새 제도에서도 이는 이어지게 됐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신청하면 공소청 검사가 이를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심사하던 기존 검찰청의 인권보호부가 사라지면서, 공소청에서는 일선청의 형사부 검사들이 사건별로 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검찰이 처리하던 사건도 새 체계에 맞춰 재배분된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수사 및 공소 체계에 따라 처리된다. 다만 제도 전환에 따른 사건 처리 공백을 막기 위해, 검찰청에서 검사가 송치받아 수사 중이었거나 직접 수사를 개시해 진행 중이던 사건 중 경과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은 최대 90일까지 종전 규정에 따라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공소청은 경찰이 송치했던 사건은 대부분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고,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에 나섰던 대형 사건 등을 중심으로 유예기간을 활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범죄 수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함께 운영해 온 보이스피싱·금융증권·가상자산 등 검경 합동수사기구는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따라 활동을 종료한다. 관련 기능은 중수청을 중심으로 한 새 수사체계로 넘어간다.
법조계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공소청과 수사기관 사이 사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처리 지연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른바 ‘사건 핑퐁’에 대한 걱정이다. 새 제도의 안착 여부는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수사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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