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IST, 공기 중 수분 저장했다 열나면 증발시켜 냉각
- 12시간 이상 최대 18.2℃↓, 데이터센터·배터리 적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별도의 전기나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고 전자기기의 열을 스스로 식히는 신소재가 개발됐다.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여 저장해뒀다가 기기가 뜨거워지면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실험에서는 12시간 이상 기기 온도를 최대 18.2℃ 낮추는 데 성공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 연구팀이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공기 중 수분만으로 전자기기의 열을 낮추는 ‘수동 냉각(Passive Cooling) 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차 배터리 등 고성능 전자기기의 최대 난제 중 하나는 ‘열’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해 상당한 전력과 냉각수가 필요하다. 팬이나 펌프를 사용하는 기존 능동 냉각 방식은 추가적인 전력 소비와 복잡한 설비, 유지·관리 비용도 뒤따른다.
연구팀은 외부 에너지가 필요 없는 ‘증발 냉각’에 주목했다.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전자기기 냉각에 활용한 것이다.
관건은 공기 중 수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잡아두느냐였다. 기존 흡습성 소재는 대부분 딱딱한 결정성 고체여서 전자기기 표면에 밀착하기 어렵고, 수분을 머금으면 금속 등을 부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수분 저장 능력이 뛰어난 ‘나노셀룰로오스’와 강한 흡습성을 지닌 유기 이온성 분자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수분을 잘 흡수하면서도 유연하고 접착력이 높은 필름을 구현했다.
이 필름은 완전히 건조된 상태에서도 금속과 반도체, 유리 등 다양한 표면에 빈틈없이 밀착한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공기 중 수분을 흡수·저장한 뒤 기기가 작동하면서 열이 발생하면 수분을 증발시켜 표면의 열을 빼앗는다. 수분을 머금은 상태에서도 기기를 부식시키지 않아 별도의 보호 코팅 없이 직접 부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냉각 성능도 확인됐다. 실제 전자기기가 연속 작동하는 조건에서 필름을 적용하자 72.3℃였던 표면 온도가 54.1℃까지 떨어졌다. 최대 18.2℃의 온도 저감 효과가 12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실의 보조 냉각 솔루션을 비롯해 스마트폰·노트북·웨어러블 기기,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활용처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연성과 접착성이 높아 공간이 좁거나 굴곡진 전자기기에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
상용화까지는 약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면적 필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온도와 습도가 다른 다양한 산업·기후 환경에서도 냉각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김성균 DGIST 교수는 “기존 수동 냉각 소재가 가진 부식성과 유연성·접착성 부족 문제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며 “단순한 친환경 소재를 넘어 전자기기의 열관리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 스트럭처스(Small Structures)’ 9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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