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양곡연도 공급 대리지표 0.1% 증가
쌀값 73.6% 뛰고 시장환율 74.4% 급등…가격 동조화
올 상반기 대체식품·가공식품까지 상승…식량안보 ‘접근성’ 경고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북한의 식량 공급 여건이 크게 악화하지 않았는데도 시장 쌀값이 70% 넘게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부족 자체보다 북한 원화 가치 하락과 환율 급등이 식량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는 가격 충격이 쌀을 넘어 대체식품과 가공식품으로 번지면서 북한 식량안보를 생산량뿐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 식량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접근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남북농업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최근 북한 농업과 식량안보, 경제 상황과 대외경제 관계를 점검했다.
정대희 KREI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최근 북한 농업의 동향과 식량안보 여건의 변화’에 따르면 2024~2025 양곡연도 북한의 식량 공급 대리지표는 전년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공급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반면 같은 기간 북한의 명목 쌀가격은 73.6% 급등했다. 시장환율도 74.4% 뛰었다. 물리적인 식량 공급량과 시장가격이 따로 움직인 셈이다.
특히 쌀과 비주식 식품의 상대가격은 2024년 1분기 0.9에서 2026년 1분기 3.2로 크게 높아졌다. 연구진은 2024~2025년 쌀값 상승의 상당 부분이 환율 움직임과 동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식량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반드시 함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나타났다. 2015~2016 양곡연도의 경우 공급 대리지표가 전년보다 5.7% 감소했지만 명목 쌀가격은 오히려 2.6% 하락했다. 반대로 최근에는 공급이 거의 그대로인데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가격 불안은 다른 식품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026년 1분기에서 2분기 사이 시장환율은 2.0% 하락했지만 쌀 가격은 13.9% 상승했다. 주요 식품 종합지수는 60.0%, 식단다양화 식품은 66.0%, 기본 가공·조미식품은 34.0%, 주식 대체품은 91.0% 뛰었다.
북한의 식량 생산 자체는 장기적으로 급격한 감소세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대 생산 감소의 대부분은 재배면적 축소보다는 단위면적당 생산성 저하에서 비롯됐지만 최근에는 생산수준이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안정화됐다는 평가다.
대신 생산 품목의 구성이 달라졌다. 2012~2025년 쌀 생산량은 10.3% 늘어난 반면 옥수수는 12.5% 감소했다. 밀·보리는 94.7%, 콩은 39.4% 증가했다. 특히 밀·보리 생산량은 2022년 18만톤(t)에서 2023년 21만7000t, 2024년 28만t, 2025년 36만4000t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외부에서 식량을 들여오는 경로는 오히려 좁아졌다. 북한의 직접 식품 외부조달액은 국경봉쇄 이전인 2019년 5억5300만달러에서 2020년 2억500만달러로 급감한 뒤 2023년 4억4100만달러까지 회복했지만 2024년에는 2억6800만달러로 다시 줄었다. 관측 가능한 공급국 수도 장기적으로 감소했고 중국 의존도는 높아졌다.
연구진은 생산량만으로 북한의 식량안보를 판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식량이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가용성’과 주민들이 시장에서 실제로 식량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접근성’, 실제 영양 섭취로 이어지는 ‘활용성’을 단계별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영양지표 역시 식량 공급량과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2010~2018년 1인당 하루 식품에너지 공급량은 2054킬로칼로리(㎉)에서 1981㎉로 3.5% 감소했지만 동물성 단백질 공급은 10.8g에서 11.7g으로 8.4% 증가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식량안보가 생산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과 가격, 환율, 가계의 구매력, 영양 상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 식량안보 모니터링도 생산량 중심에서 외부조달과 시장 접근성, 가계 접근성, 영양성과까지 단계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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