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뭇가사리 99.4%·톳 95.7% 감소, 전복·오분자기도 사실상 자취 감춰

- 23년간 25℃ 등온선 171㎞ 북상, 빈 암반엔 아열대 산호 55% 뒤덮어

제주 해역 모자반.[게티이미지뱅크]
제주 해역 모자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후변화로 제주 바다가 빠르게 뜨거워지면서 해양생태계의 근간인 ‘바다숲’이 사라지고 있다. 불과 15년 만에 제주 연근해 해조류 생산량이 97% 급감했다.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에는 열대·아열대성 산호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제주 연안 생태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제주 연근해 해조류 생산량은 2010년 5155톤에서 2025년 154톤으로 줄었다. 15년 만에 97%가 사라진 셈이다.

제주를 대표하던 해조류의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우뭇가사리는 같은 기간 3455톤에서 21톤으로 99.4% 급감했다. 톳 역시 822톤에서 35톤으로 95.7% 줄었다. 2010년 230톤가량 생산됐던 모자반류는 최근 수년간 생산량이 거의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위축됐다.

바다숲의 소멸은 해조류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숲은 수많은 해양생물의 먹이 공급원이자 산란장·서식처다. 바다숲이 무너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산생물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전복류 생산량은 1990년 184톤에서 2025년 1톤으로 99.5% 감소했다. 오분자기도 1995년 159톤에서 지난해 2톤으로 98.7% 줄었다. 제주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소라도 2010년 2466톤에서 2025년 1436톤으로 41.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바다숲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빠른 수온 상승을 지목한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약 2.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적도 부근의 뜨거운 바닷물인 ‘웜풀(Warm Pool)’이 확대되면서 쿠로시오와 대마난류를 따라 제주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도 늘고 있다.

KIOST가 최근 23년간 위성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열대·아열대 수역을 나타내는 연평균 수온 25℃ 등온선은 약 171㎞, 20℃ 등온선은 약 97㎞ 북쪽으로 이동했다.

제주 주변의 고수온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화·만성화하는 양상이다. 2022년 이후 5년 연속 8월 평균 수온이 28℃를 넘어섰고 2024년 9월에는 평년보다 3℃ 이상 높은 역대 최고 수온을 기록했다. 올해 5월 수온도 최근 24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손영백 KIOST 책임연구원은 “바다 표면이 뜨거워지면 따뜻한 윗물과 차가운 아랫물이 층으로 나뉘어 잘 섞이지 않는다”며 “아래층의 영양분이 표층으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바다의 생산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모자반과 감태 같은 대형 해조류는 빠른 성장에 필요한 질소와 인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장기간 고수온까지 겹치면 성장이 멈추고 잎이 녹아내린다. 포자와 어린 개체의 생존율도 떨어져 바다숲의 자연 회복력 자체가 약해진다.

제주 해조류 생산량 감소 추이.[국가데이처처 제공]
제주 해조류 생산량 감소 추이.[국가데이처처 제공]

수온 상승으로 성게나 독가시치처럼 해조류를 먹는 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악재다. 고수온과 영양 부족, 섭식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남아 있는 해조류까지 빠르게 사라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바다숲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포착됐다.

KIOST가 2023~2025년 제주 서귀포 보목 앞바다를 조사한 결과 해조류가 감소한 암반에서 열대·아열대성 돌산호 5종이 확인됐다. 이들 산호는 조사 암반 면적의 29~55%를 덮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를 산호가 대체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해조류 중심이었던 제주 바다에 새로운 생물종이 유입·정착하면서 생태계 구성 자체가 바뀌는 과정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KIOST 책임연구원은 “이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인지를 판단하려면 같은 바다를 장기간 반복 관찰해야 한다”며 “새로운 생물의 출현뿐 아니라 분포와 성장·쇠퇴, 수온 등 환경 변화와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선경 KIOST 선임연구원은 “해조류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는 제주 연안 생태계 변화의 신호탄”이라며 “장기적인 관측을 통해 변화의 원인과 속도를 파악하고 해양보호구역 관리와 연안 생태계 보전 정책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