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기업들, 지역 인재 공격적 채용

키무아, 자율관리팀에 중요 의사결정 맡겨

글루알, 자동화 도입과 숙련공 채용 병행

“현지 생산·공급 원칙으로 지정학 영향 최소화”

루카스 메이하 키무알 영업 개발 팀장이 지난 1일 본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루카스 메이하 키무알 영업 개발 팀장이 지난 1일 본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스페인 바스크)=박혜원 기자] “우리끼리 하는 말로는, 지역 청년을 ‘낚아챈다’고 하죠.”

스페인 바스크주의 풍력 기자재 인양 설루션 전문 기업 키무아(Kimua)의 루카스 메이하 영업 개발 팀장은 지난 2일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생산직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전 세계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키무아는 예외다. 생산직을 포함한 전직원 대다수가 바스크 지역 대학 출신 청년이다.

키무아는 그 비결로 이들만의 독특한 ‘자율관리팀’ 직제를 소개했다. 자율관리팀은 청년 직원이 중심이 돼 경영상 주요 결정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부서다. 이곳 소속 직원들은 기업 내부 기밀까지 모두 열람하는 권한을 갖는다. 사소하게는 해외에 영업 무역팀을 파견할지에 대한 결정부터, 최근엔 호주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문제까지 이들이 결정했다.

메이하 담당은 “다른 기업에선 경험할 수 없는 큰 기회를 청년들에게 맡겨, 청년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키무아, 청년 R&D 역량에 신기술 개발 속도

키무아 소속 생산 직원들이 키무아의 스프레드 바 장비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키무아 소속 생산 직원들이 키무아의 스프레드 바 장비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청년 R&D 인력에 힘입어 키무아는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키무아 본사 앞에선 최대 5100톤(t) 중량까지 해상풍력 장비를 들어올리는 있는 최신 장비 실증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초고층 풍력 타워를 지을 때, 무거운 장비를 높이까지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장비다. 해당 장비는 일본에서 진행 중인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상풍력 단지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기자재 개발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는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Hold(잡다)’라는 뜻에서 비롯된 ‘HELDO(헬도)’라는 이름의 설루션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기존 크레인이 위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어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헬도는 크레인이 풍력 타워 기둥을 강력한 마찰력으로 잡고 스스로 올라간다. 이를 통해 장비 규모는 줄이고 운송 및 조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메이하 팀장은 “이번 장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찰력’을 조절하는 기술”이라며 “마찰력이 부족하면 수백톤짜리 크레인이 아래로 떨어져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루알, 숙련공 손기술과 자동화 시스템 공존

알라스네 사발레타 글루알 그룹 대표이사가 자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알라스네 사발레타 글루알 그룹 대표이사가 자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풍력 발전기용 유압 시스템을 공급하는 글루알은 지역 출신 ‘숙련공’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풍력 터빈이 강한 바닷바람을 견디려면 정밀한 유압 제어가 필수적이다. 글루알은 터빈 안에서 블레이드 각도와 내부 압력을 조절하는 유압 설루션을 지멘스 가메사, 베스타스 등 글로벌 터빈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글루알 해상풍력 유압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장에서 한 직원이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글루알 해상풍력 유압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장에서 한 직원이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글루알 해상풍력 유압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장에서 한 직원이 공정 추적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박혜원 기자
글루알 해상풍력 유압 시스템 엔지니어링 공장에서 한 직원이 공정 추적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박혜원 기자

이날 방문한 글루알 생산 공장에선 숙련공의 손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이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별 조립 공정에 몰입하고 있는 직원들 뒤에선 또다른 직원이 부품별 조립 현황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었다. 부품별 실증 테스트에도 최근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안데르 가르멘디아 글루알 에너지 사업 부장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각 공정을 전담하고 있다”며 “수십만개의 서로 다른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산업 전환하니 실적 성장”

키무알이 2011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기업이라면 글루알은 1966년에 설립돼 역사가 길다. 글루알 역시 설립 초기엔 기계·철강용 유압장치 제조 전문 기업이었으나 지멘스 가메사 등 대기업 고객사 수요에 맞춰 현재는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알라스네 사발레타 글루알 그룹 대표이사는 “전 세계에 새롭게 설치되는 풍력 터빈에 들어가는 신규 수요와 더불어, 기존 풍력 발전기 유지 보수에 필요한 교체 부품 수요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현지 기반 경영은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사발레타 대표는 “글로벌 주요 지역에 진출해 있지만 ‘로컬 투 로컬(local-to-local), 현지 생산·현지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여러 지정학적 상황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