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업체 손잡고 AI로 온라인 가품 감시
해외 세관·사법당국과 현장단속도 나서
판매 차단된 가품, 올 상반기 3만7544건
국가가 직접 대응…‘정부인증제도’ 도입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K-뷰티 브랜드들이 심화하는 가품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가품 문제가 브랜드 신뢰도를 해치는 위협으로 커지면서 전문적인 대응 체계를 확립했다. 정부도 정품인증제 도입 등 팔을 걷어붙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킨부스터 ‘리쥬란’으로 알려진 파마리서치는 최근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승소를 계기로 유사상표행위와 미투 마케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폴리뉴클레오티드(PN) 성분 한방 약침 제조·판매 관계자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고, 최근 승소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의 ‘미주란(美主爛)’ 표장이 리쥬란의 외관·명칭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 파마리서치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두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이 같고, 한의원 등에서 리쥬란을 직접 비교·홍보한 점, 일반 소비자가 규제나 면허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출처 혼동 가능성을 인정했다.
파마리서치는 가품 차단을 위해 24시간 인공지능(AI) 이미지·텍스트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 보안기관을 통해 국내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오픈마켓, 소셜미디어(SNS)를 감시하는 체계다. 해외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유통 정황이 포착되면 현지 세관과 사법당국과 공조해 현장 단속을 진행한다.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도 제조부터 통관, 유통까지 전 단계에 걸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제조 단계에서는 가품 생산이 집중된 중국에서 현지 조사업체와 수사당국과 협력해 제조·저장 시설을 추적한다. 통관 단계에서는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30여개 세관에 상표권을 등록하고 의심 물품 통보 체계를 갖췄다. 유통 단계에서는 AI 업체와 손잡고 온라인상 가품 판매 링크를 실시간 탐지한다. 올해 상반기 신고, 삭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31% 증가했다.
브랜드들이 적극 대응에 나선 건 가품 문제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면서다. K-뷰티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에이피알이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겪은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회수 사태가 그 사례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현지 판매업체인 ‘비너스 뷰티’를 통해 유통된 제품의 샘플에서 금지성분인 수단레드 계열 색소가 검출되자 회수 조치를 내렸다.
에이피알 확인 결과 샘플 제품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고, 비너스 뷰티 역시 제품을 공급한 적 없는 업체로 나타났다. HSA도 판매·공급 중단 조치를 해제했고, 업계에서는 문제의 제품이 가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에이피알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해외 소비자들이 제작한 ‘K-뷰티 가품 구별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내가 가짜 조선미녀를 산 걸까(Did I get fake Beauty of Joseon)’ 등 가품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실제로 가품이 의심돼 판매가 중단된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화장품 위조상품 판매를 차단한 건수는 3만754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만6270건과 비교해 130.8% 증가했다. 차단 건수는 2023년 1만6780건, 2024년 2만3521건, 2025년 3만9295건으로 증가세다.
정부도 가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7일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권리자로 나선 국가인증상표를 K-브랜드 상품에 부착하고, 권리 침해 시 정부가 상표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상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스캔하면 바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삼양식품·아모레퍼시픽·한국인삼공사를 비롯해 우수 중소기업 등 31개 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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