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 1조1400억엔 돌파
100엔당 840원대…18년 만에 최저 엔테크 자극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원/엔 환율이 100엔당 84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한 달여 사이 6% 가까이 증가했다.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오자 향후 반등을 기대하는 ‘엔테크’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이달 7일 1조1439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말 1조827억엔과 비교하면 5.6%(612억엔·약 5188억원) 증가한 규모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950원대를 웃돌던 지난 5월 말(9385억엔)보다는 2054억엔 늘었다.
최근 원/엔 환율이 100엔당 840원대로 내려오면서 엔화를 저가에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에는 한때 842.19원까지 떨어져 2008년 1월 2일(833.4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초만 해도 910원을 웃돌았지만 두 달여 만에 60원 넘게 하락했다.
원화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꼽힌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늘고,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에서도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원화 약세 압력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장중 1336.30원까지 내려왔다. 전월 말 종가 대비 하락폭은 7월 125.4원, 8월 55.4원, 9월 15.8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도 8일까지 14.3원 하락했다. 6월 말 1550원에 육박했던 환율이 200원 넘게 낮아진 셈이다.
반면 엔화는 강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미일 공조 개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달 일본 재정 당국이 외환 시장 개입의 준비 단계로 여겨지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환율 점검)’를 실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환율은 156엔대 선으로 떨어졌지만 이달 9일 다시 158엔대로 올라선 상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 우려와 유가 상승에 따른 일본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엔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8일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미일 재정불안과 양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엔화가 급격한 강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부채 비율은 미국, 프랑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200%를 넘는다”며 “식품 소비세를 인하하며 재정 긴축의 고삐를 늦춰 시장 우려를 자극 중”이라고 했다. 이어 “고금리가 초래할 재정 부담 때문에 일본은행(BOJ)이 충분히 긴축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엔화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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