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가 젊은 작가들과 함께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 코너를 시작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는 오늘의 이야기를 짧은 소설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이 소설은 헤럴드경제 회원 전용 콘텐츠 ‘HeralDeep’에 게재된 콘텐츠로, 회원 가입을 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챗GPT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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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나온 동주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 나도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봤다. 8시 반. 지금 바로 지하철을 타고 가면 10시 전에 씻고 침대에 누울 수 있다. 불현듯 가슴이 답답해졌다. 연애 초 같으면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동주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영화 어땠어? 라며 물어봤을 텐데. 지금 동주는 밀린 숙제를 끝낸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극장 아래층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로 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여기 있는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게 우리의 루틴이다. 사람들로 가득 찬 카페로 들어가서, 나는 자리를 잡으러 갔고, 동주는 주문하러 갔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이 마실 바닐라 라떼와 나를 위해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들고 왔다. 우리는 말없이 커피만 마셨다. 마침내 침묵이 견딜 수 없어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영화 어땠어?” 사실 동주는 영화를 보는 내내 코를 골며 잤다.

“좀 난해하던데. 너도 알잖아, 나는 그런 예술 영화보다 액션 영화 취향인 거.” 나는 풋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동주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서서히 표정이 구겨졌다.

“그 웃음 뭐야? 지금 비웃는 거야?”

“아니. 그냥.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오네.”

“이건 또 뭔 소리야? 영화 잘 보고 나와서?”

“영화 잘 보고 나왔다고? 넌 영화 내내 잤잖아. 내가 몇 달 전부터 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했던 영화였는데. 넌 어떻게 그 1시간 반을 못 참니?”

“지루한 걸 어떡해? 거기다 오늘은 새벽부터 출근해서 일하느라 힘들었어. 넌 프리랜서라 모르겠지만.”

“거기서 프리랜서 이야기가 왜 나와? 그리고 프리랜서는 뭐 안 힘든 줄 알아?”

“너 진짜,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고작 영화 하나 가지고.”

그 말에 나는 버튼이 눌리고 말았다.

“그만하자.” 나는 턱에 힘을 주며 말했다.

“뭘 그만해?” 동주는 벙찐 얼굴로 말했다.

“우리 그만하자고. 너 언제부터인가 항상 표정이 똑같아. 그거 이젠 안 보고 싶어.”

“어떤 표정? 말을 좀 알아듣게 해.” 동주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밀린 숙제 해치우는 표정. 나 만날 때 꾸역꾸역 나오는 거. 열정도 없고,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는 그 눈빛 보는 게 얼마나 모욕적인지 넌 알아?”

그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동안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지? 그래, 헤어져. 그러는 너는 어떻고? 사사건건 내 트집을 잡고 지적하면서 평가질하는 그 표정. 그만두면 나도 인생 편하지 뭐!”

나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렸다. 지난 3년간의 우리 연애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동주가 처음 고백했을 때 쿵쿵 뛰던 내 심장 소리를 들킬까 아슬아슬했던 날, 핸드폰이 뜨끈뜨끈해질 때까지 두세 시간씩 통화를 하고도 아쉽던 날, 억수로 취한 나를 업어주던 동주의 따뜻한 등. 그랬던 우리는 언제부턴가 대화가 줄어들었고, 문자도 어느새 문장 대신 초성이나 이모티콘이 오갔다.

“됐고. 정산이나 하자.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계산은 똑바로 해야지.” 나는 눈을 뜨고 동주를 보며 말했다. 그는 그런 나를 보다가 알아차린 듯 했다. 이제 우리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그는 핸드폰을 들어서 톡톡 치기 시작했다. 오늘 만나서 쓴 저녁과 영화비와 커피값이면 금방 할 텐데. 뭐 하는 거지? 그때 카톡이 울렸다.

2026년 2월 정형외과

154000원

2026년 8월 25일

엽떡 배달 28000원

2026년 9월 1일

택시비 35000원

2026년 9월 15일

갈색 롱 스타킹 3150원

2026년 9월 22일

저녁 35000원

영화비 300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바닐라라떼 6500원

총계 296650원

148325원

세상에, 이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 어이가 없었지만, 핸드폰에서 고개를 들어 의기양양하게 나를 보고 있을 동주의 면상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아메리카노를 끼얹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동안 다 계산한 줄 알았는데 이런 게 남아 있었네?” 나는 화면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원래 병원비는 다 받아야 하지만 사귄 정이 있으니까. 반띵으로 해준다.”

동주의 말에 다시 혈압이 치솟았다.

그때 내가 발목이 삔 건 스키장에서 둘이 장난치면서 놀다가 엎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땐 내가 경황이 없기도 했지만,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러자 명세서에 있는 항목 하나하나가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배달 엽떡도 내 집에 밤늦게 놀러 온 그가 배고프다고 난리를 쳐서 시켰고, 나는 한두 젓가락 먹고 말았다. 오늘 카페만 해도 그래. 나는 맨날 5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지는 항상 바닐라라떼나 아인슈패너 같이 달달하고 비싼 것만 마시는 주제에 항상 칼같이 반반을 냈었지.

[챗GPT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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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톡 송금하기 버튼을 누른 후 148325라는 숫자를 하나씩 꾹꾹 눌렀다. 이어서 메시지를 썼다. 동주의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하던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올여름에 너 감기 걸려서 고생할 때 내가 2박 3일 동안 죽 끓여주면서 간호한 비용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이 살짝 떨렸다.

“야, 박지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눈에 보이는 그대로야. 너 매사에 정확하게 계산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도 정산 비용 보낸 거야.”

“이런 식으로 정산하면 나는 뭐 없는 줄 알아? 너 지난번에 파전 집에서 막걸리 마시다 화장실에서 토했을 때 그 청소 내가 다 하고 나온 건?” 동주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아... 너무나도 간절하게 잊고 싶었던 흑역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질 줄 알았어?

“너 올 초에 또 승진 시험 미끄러져서 좌절모드였을 때 내가 강릉 데려가서 바다 앞에서 통곡하게 해줬잖아!”

“흥, 그러는 너는 올 초에 또 신춘문예 떨어졌다고 전화로 3시간 동안 울고불고했잖아. 나 회사 비상계단에서 덜덜 떨면서 그거 다 들어줬다.”

“너희 어머니 갑상선암 수술하셨을 때 내가 가서 간병해 드렸잖아.”

“너희 아버지 보이스피싱 당하셨을 때 경찰서 같이 다니면서 도와드린 건 나야.”

“매번 싸울 때마다 먼저 연락한 건 나야, 이 쫌생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쏟아졌다. 특히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중년 여자가 언젠가부터 손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동주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정산하라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한 번에 비웠다. 그리고 일어섰다.

“됐어. 갈게.”

나를 따라오는 동주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따뜻한 카페에서 나오자 불어오는 바람에 목이 선뜩했다. 입고 있던 바바리코트를 여미며 휴대폰을 열어 지하철 시간을 확인했다. 다음 열차까지 4분. 뛰어가면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가방을 고쳐 매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자 빠르게 멀어지는 지하철의 꼬리가 보였다. 다음 열차는 7분 후였다.

박산호 작가
박산호 작가
고기능 우울증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

고기능 우울증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

지구가 이상하다. 환경 문제가 미디어에 언급될 때면 늘 고리타분할 게 뻔해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랬는데, 요즘 부쩍 진지하게 걱정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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