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퍼드, 잭슨홀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신현송, 2002년 ‘공공정보 역설’로 제동

우드퍼드, 3년 뒤 ‘기대’ 강조하며 반박

위시는 가이던스 침묵으로 총재 힘 실어줘

마이클 우드퍼드(왼쪽) 칼럼비아대 교수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AP·헤럴드DB]
마이클 우드퍼드(왼쪽) 칼럼비아대 교수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AP·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0년여 전 ‘중앙은행의 소통’을 두고 이론적 논쟁의 중심에 섰던 사이다. 우드퍼드 교수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안내)‘의 이론적 토대를 놓았다면, 신 총재는 반대로 포워드 가이던스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신 총재의 이론을 토대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한 지 얼마 안 돼 우드퍼드 교수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금융권에선 포워드 가이던스 논쟁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신현송, 2002년 ‘공공정보의 역설’ 제시…우드퍼드, 잭슨홀 미팅서 반박

마이클 우드퍼드 교수가 뉴욕 칼럼비아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AP]
마이클 우드퍼드 교수가 뉴욕 칼럼비아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AP]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총재와 우드퍼드 교수의 이론적 논쟁은 2000년대 초반 벌어졌다. 신 총재는 2002년 스티븐 모리스 현 MIT 교수와 함께 ‘공공정보의 사회적 가치’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는 중앙은행의 발표 같은 공적 정보에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점점 소통을 늘리는 추세였다. 미 연준은 1994년 금리를 바꿀 때마다 성명을 내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매번 회의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신 총재가 논문을 발표하기 1년 전인 2001년 우드퍼드 교수는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 시장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이 정책 목표와 관련 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신 총재가 이를 반박하는 주장을 제기한 셈이다.

2005년 8월 우드퍼드 교수는 잭슨홀 미팅에서 ‘중앙은행 소통과 정책 효과성’ 논문을 발표하며 신 총재의 해당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본질을 ‘기대의 관리’로 규정했다. 우드퍼드 교수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초단기 금리뿐이고, 실제 소비와 투자를 좌우하는 것은 미래 정책에 대한 기대다. 따라서 시장이 중앙은행의 행동과 의도를 잘 알수록 금리 결정이 기대에 더 크게 작용해 정책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우드퍼드 교수는 신 총재가 제기한 ‘과잉 의존’ 문제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신 총재의 이론을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하는 것을 반박하며 몇 가지 근거를 내세웠다.

우선 민간 정보의 정확도다. 그는 ‘중앙은행이 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도 사회 전체로는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하려면 시장 참가자 개인의 정보가 중앙은행 발표보다 최소 8배는 정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연준 직원들의 전망이 민간 최고 수준의 전망에 뒤지지 않는다는 연구를 거론하며,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시장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살 때 채권 트레이더가 고평가됐다고 반대로 팔 수도 있는 것처럼, 시장이 중앙은행 발표를 과도하게 따르지 않고 반대로 덜 반영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우드퍼드 교수는 해당 이론에서 제시한 ‘후생(사회 전체의 효용)’의 기준을 문제 삼았다. 불충분한 공공 정보에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이 엇갈리는 데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공공정보가 정확해질수록 후생은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입 닫은’ 워시, 신현송 이론 소환…‘노벨상’ 우드퍼드 “레버 당기듯 하면 안돼”

신현송(가운데) 한은 총재와 케빈 워시(왼쪽) 연준 의장이 8월 31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AFP]
신현송(가운데) 한은 총재와 케빈 워시(왼쪽) 연준 의장이 8월 31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AFP]

20여년 전 중앙은행 소통 방식 논쟁의 양편에 있었던 신 총재와 우드퍼드 교수는 최근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출발점은 올해 8월 잭슨홀 미팅이다. 당시 워시 의장은 연설 도중 신 총재의 이론을 소환했다. 그는 “과도한 사전 확약은 정책 유연성을 저해하고 시장과 중앙은행이 서로의 신호만을 좇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왜곡을 낳는다”며 “연준은 특정 결정이 아닌 ‘규율’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울의 방’은 ‘공공정보의 사회적 가치’ 논문에서 신 총재가 제시한 이론이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실물경제 대신 서로의 반응만을 살피다가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워시 의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한 뒤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이론적 배경에 신 총재가 있는 셈이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10월 12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우드퍼드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주체들이 당국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와 무관하게 정책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단순히 레버를 당겨 경제를 통제하는 행위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한편, 신 총재는 2010년 우드퍼드 교수가 공동 편집한 ‘통화경제학 핸드북(Handbook of Monetary Economics)’ 3권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통화경제학 핸드북’은 통화경제학 분야의 이론적 배경, 실증적 연구, 그리고 통화정책의 메커니즘을 망라한 경제학 학술 시리즈다.

토비아스 에드리언 현 IMF(국제통화기금) 특별고문과 함께 쓴 ‘금융중개기관과 통화경제학’ 논문에서 신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는 금융기관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중앙은행이 과거 통화량을 추적했듯이 이제는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를 추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드퍼드 교수가 쓴 논문도 같은 핸드북에 담겼다. 그는 ‘최적의 통화 안정 정책’ 논문을 통해 중앙은행이 정책 원칙을 미리 약속하는 편이 경기 안정에 낫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물가 전망을 기준 삼아 정책을 운용하는 ‘전망 목표제’의 장점도 강조했다.

신현송 총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경고 못해…송구하다”

신현송 총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경고 못해…송구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에 대한 한은의 책임론’을 묻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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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