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아태국장과 대담
물가 상승률 상당 기간 목표 웃돌것
물가·환율·금융안정 한방향 가리켜
원화 추가 절상돼야…금융안정 도움
물가 잡는 것이 취약계층 돕는 방법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가 적기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긴축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현송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방콕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G(세계은행그룹) 연차총회 ‘총재 대담(Governor Talk)’ 세션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대담 중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사이클이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고 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두 요인이 결합하고 있다”며 “비용 인상(cost-push)과 수요 견인(demand-pull) 압력이 겹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한은과 같은 3.3%로 수정한 점을 언급하며 “매우 견조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커졌다. 헤드라인(소비자물가)과 근원물가 모두 상당 기간 목표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여건을 ‘토끼 쫓기’에 비유했다. 그는 “두 마리 토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면 어느 쪽을 쫓을지 어렵지만 같은 방향으로 뛰면 쉬워진다”며 “지금 한국은 물가가 너무 높고, 환율은 더 강해질 여지가 있으며, 금융안정 측면의 요구도 있다. 세 가지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는 상충관계가 덜 어렵다”며 “드문 경우지만 꽤 분명한 방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비유는 지난 5월 신 총재가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원화는 올해 상반기 매우 약세였지만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한 이후 상당 폭 절상됐다”며 “추가 절상 여지가 있다고 보고, 일정 부분 추가 절상이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고 무게 중심을 수출에서 내수로 옮기면서 경제 양극화, 소위 ‘K자형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율은 단순한 상대가격이 아니라 통화와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의 척도”라며 “과거 수년간 익숙했던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 금융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총재는 K자형 경제 대응과 관련해 물가 안정이 곧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저소득 가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며 “한국의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32%를 식료품과 에너지에 쓴다. 물가를 잡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이들을 돕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는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해이와 균형이 필요하지만 필요하다면 채무 조정의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안정과 관련해서는 금융취약성지수(FVI)를 거론했다. 그는 “FVI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했을 때 현재 장기 평균인 46 안팎에서 상승하고 있다”며 “통화 긴축으로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기를 기대하고, 우려를 낳지 않을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불균형이 커진 뒤 대응하는 것은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는 것처럼 위험하다”며 “쌓이는 단계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총재는 “긴축적 통화정책 환경에서는 거시건전성 수단의 효과가 증폭된다”며 “거시건전성 수단을 느슨하게 하고 중앙은행에만 맡기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은 매우 외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중립금리(경기를 과열 또는 침체시키지 않는 수준의 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2030년까지 매년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발행하는 초장기 회사채가 자금 풀에서 돈을 끌어가 장기금리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올해 초 신 총재 취임 전 도입한 ‘K-점도표’에 대해서는 “최소 1년은 운영한 뒤 점검할 것”이라며 “재검토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과 함께 향후 정책 대응의 기울기를 시사할 수 있었고, 이것이 장기금리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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