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인공지능(AI) 발전에 대한 기대의 이면에는 일자리 증발과 같은 두려움과 우려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차가운 기술이라고 불안해만 할 필요는 없다. 그 기술이 복지와 돌봄의 영역에 닿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이다.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사람을 살리는 가장 따뜻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AI가 결합하며 구현될 복지 현장의 모습을 예로 들어보자. 어르신이 홀로 계신 가정에서는 반려로봇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센서를 통해 걸음걸이 등 동작의 변화를 파악한다. 어르신이 거실에서 넘어질 경우 AI가 위험을 감지해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확인한 담당자와 119구조대가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보호자에게도 정보가 동시에 제공돼 걱정을 덜어준다.

스마트 주거시설에서는 AI가 24시간 상황을 살피며 위험 신호를 파악해 제때 어르신을 찾아갈 수 있다. 또 요양보호사가 어르신과 대화할 때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면 대화 내용을 분석해 돌봄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해 서류업무의 부담을 현저히 줄여준다. 나아가 AI 복지상담 로봇이 먼저 다가가 긴급복지 생계지원이나 전기요금 감면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촘촘히 찾아 신청까지 완벽히 지원한다.

이렇듯 AI 도입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단순·반복 업무의 시간을 덜어 사람을 직접 돌보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AI가 문서 작성, 정보 검색, 상담기록 정리 등의 업무를 보조하는 덕분에 서비스 인력은 보다 이용자의 상황을 살피며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돌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이미 제기된 지 오래다.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인력과 예산을 지속해서 늘려왔지만, 돌봄 수요는 그 이상으로 불어나고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갈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현재와 같은 방식이 지속될 경우 2043년에는 요양보호사가 99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활용해 복지·돌봄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2026~2030)’을 발표했다. 돌봄 분야에서는 AI로 가정과 시설에서 24시간 안전·건강·정서 서비스를 제공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돌봄로봇 등 유망 기술은 연구개발부터 현장 실증·상용화까지 지원해 단계적으로 현장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복지행정 분야에서는 복지 상담과 서비스 추천부터 신청까지 절차 전반을 대폭 간소화한다. 현장 종사자의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줄이고,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도 새롭게 정비하려 한다.

로드맵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에는 관련 사업에 69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윤리·안전 기준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현장 종사자와 이용자 교육도 병행해 기술에 대한 신뢰와 현장 수용을 높여갈 계획이다.

복지돌봄 AI 대전환의 성과는 국민이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고, 현장 인력이 사람을 돌보는 데 더욱 집중하게 되는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차갑게만 여겨지는 기술이 사람의 온기와 만나 유용함으로 변모하는 지점에서 보다 지속 가능하고 두터운 복지·돌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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