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4.2조원 예비비 편성 기준 … 100원당 예산 1.5조 산정

한은 총재 “가격 통제는 장기적으로는 실행하면 안 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한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연합]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한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16일 발표하는 제1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한 최고가격제가 7개월째 이어지면서 정유사 손실보전 부담이 커지는 데다, 가격 통제에 따른 소비 억제 효과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4일 주재한 비상경제본부 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17일 0시부터 적용할 11차 최고가격은 16일 오후 6시 발표한다”고 밝혔다.

11차 석유최고가격제는 지난 6월26일 발표한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10차 최고가격이 발표된 지난달 18일과 비교했을 때 국제유가의 변화가 크지 않아 가격 인상·인하 요인은 적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물은 0.14달러(0.13%) 하락한 배럴당 105.92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증가에도 미국의 대이란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과 중동의 유조선 공격 확대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배럴당 0.2달러 오른 108.0달러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3.1달러 오른 147.4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4.2달러 내린 170.1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대개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격 통제로 발생한 정유업계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만큼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며 업계에 손실 보상을 목적으로 4조2000억원의 예비비를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했다. 이후 내년도 예산안에도 올해 4분기 몫 손실 배상을 위해 1조4497억원을 배정해 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사 손실보전금 예산으로 가격 차이 100원당 1조5000억원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의 추정가격과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의 차이가 100원일 때 정유사 손실 보전으로 1조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30일까지 정유사들로부터 3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발생한 손실과 관련한 원가 및 업체별 요건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를 토대로 정산위원회에서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정유사별 원가와 적정 마진 등을 고려해 다음 달 말 정산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9월 휘발유 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3%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석유관리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126만926㎘로 지난해 9월(122만 4614㎘) 대비 2.97% 늘었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량이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것은 3월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차량은 지난해 8월 1240만1663대에서 올해 8월 1231만4449대로 0.7%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 연료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등유 소비량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45% 증가했다. 등유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것 역시 3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한 직후인 3월 전년 동월 대비 3.95% 증가한 뒤 4~8월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3월 13일 시작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일정 수준 소비도 제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가격 통제 기간이 길어지고 소비자들이 통제가격에 익숙해지면서 9월에는 소비량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격 통제는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약해지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를 두고 “1차 물가 충격을 완화함으로써 (물가 상승이) 비용 전이나 근원물가로 흘러가는 경로를 차단했다”면서도 “가격 통제는 장기적으로는 실행하면 안 되고, 한시적인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