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외인 매도 이유 들어보니
“채권·대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동
큰 변동성, 한국증시 회피 요인 작용
외국인 복귀 필요조건은 주주 환원”
국내 증시가 15일 ‘검은 목요일’을 맞으며 시가총액이 400조원 넘게 증발했다. 국내 증권가가 외국인 자금의 복귀를 증시 반등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569억원 순매도 중이다. 9거래일 연속 ‘팔자’다. ▶관련기사 4면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 넘게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 시총은 하루 만에 410조8990억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총은 4581조1790억원으로 직전 거래일(4957조1140억원)보다 375조9350억원 감소했다. 코스닥 시총도 하루 만에 34조9640억원 줄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는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08조647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약 91조원, 89조원 팔아치웠다.
헤럴드경제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의 진단을 종합한 결과, 외국인 이탈의 원인은 안전자산으로의 글로벌 자금의 이동과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충 홍콩CSOP자산운용 한국지사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이라며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이어지면서 일부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자산(AUM)이 약 80조원에 달하는 홍콩CSOP자산운용은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출시한 홍콩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다.
이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피해 일본과 대만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큰 주가 변동폭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57%, 7.65% 급락했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90%, 대만 가권지수는 3.41%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증시도 각각 1.59%, 2.43% 내렸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이에 신흥국 투자 펀드는 원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이나 다른 국가의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본과 대만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시장으로 꼽혔다. 한국은 두 국가에 이어 세 번째다.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위한 조건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확대가 꼽혔다. 실적 개선만으로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설명회(IR)에서 가장 많이 요구한 사항이 주주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JP모건은 반도체 ‘투톱’의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2주간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 홍콩에서 1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만난 결과, 거의 모든 투자자가 대형 메모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10시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55.30포인트(2.80%) 오른 5709.52로 장중 5700선 회복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99.77포인트(1.80%) 오른 5653.99로 출발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장 대비 3.99% 오른 791.21이다. 코스피가 소폭 반등했으나,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우려 및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이림 기자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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