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 마련·해외 자금 이탈 우려 완화”

“입법부서 확정 전까지 지켜봐야” 신중론도

기본법 정부안 지연·국회 공청회 일정 주목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디지털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를 검토하면서 업계에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유예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과세제도 정비와 함께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디지털자산 과세 추가 유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원화 거래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세 기준과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1월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탈과 투자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시장 일평균 거래규모는 2024년 하반기 7조3000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3조1000억원으로 57.5% 급감했다.

디지털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현행법상 내년 1월부터 디지털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추가 유예가 결정되면 네 번째 연기가 된다.

거래소들은 과세 유예가 확정될 경우 실제 시행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자산 취득가액을 비롯한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과세 전산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설명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인프라를 개발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에서 준비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과세 산정 기준이 마련되면 거래소들도 관련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예 분위기가 좀 더 확실시된다면 최악은 면했다고 본다”며 “유예 기간 과세 방식과 세율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이탈할 유인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취득원가 산정, 손실 이월공제, 국내외 거래정보 연계 등 과세 체계와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추가 유예 가능성이 업계 기대를 키우고 있다”며 “과세 논의와 별개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과세 유예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에서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실제 시행 시점을 늦추려면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예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비를 넘겼다거나 안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입법부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것까지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관련 자산과 거래 유형을 명확히 규정한 뒤 과세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은 디지털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거래 유형들이 등장하면서 과세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은 맞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양도·대여를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설계했지만 지금은 스테이킹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에어드롭 등 다양한 수익 창출 방식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관련 개념을 먼저 명확히 정립한 뒤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손실이월공제 도입과 연간 250만원인 기본공제액 확대 등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입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내 법안 마련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정부안조차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막바지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디지털자산기본법 공청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 정도부터 아주 본격적인 법안 심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아직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국감 전후로) 공청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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