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단소방서, 시의원 명예소방서장 위촉 과정서 직원 동원·박수 지시 논란

소방노조 “정치인 의전 도구로 전락”… 인천시 감찰 제보·경찰 고발 추진

인천 소방관들이 지역 정치인의 1일 명예소방서장 위촉식에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AI 형성 이미지]
인천 소방관들이 지역 정치인의 1일 명예소방서장 위촉식에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AI 형성 이미지]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소방공무원을 둘러싼 부적절한 언행과 의전 논란이 잇따르면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조직이 정치인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소방공무원을 ‘빨대’로 표현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인천에서는 현직 소방공무원들이 지역 정치인의 방문 행사에 동원돼 박수까지 치도록 지시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방공무원의 헌신과 책임을 존중해야 할 정치권과 행정조직이 오히려 이들을 정치적 의전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소방지부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인천공단소방서에서 발생한 소방공무원 의전 동원 및 박수 지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한 시의원을 1일 명예소방서장으로 위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노조는 당시 정상적으로 근무 중이던 소방공무원들이 출입구와 계단, 복도 등에 줄지어 서도록 동원됐으며 해당 시의원이 이동할 때 박수를 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소방공무원이 정치인을 위한 의전 인력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직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엄격한 지휘체계 아래에서 근무하는 소방조직의 특성상 상급자의 지시를 직원들이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박수 지시가 사실이라면 단순한 행사 협조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소방공무원은 정치인의 들러리가 아니다”라며 직원 동원과 박수 지시의 경위, 소방서장의 지휘·감독 권한 행사 범위,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천시에 공식 감찰 제보를 하고 경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고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천시와 인천소방본부에는 위법·부당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의 소방기관 방문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방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면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방문객을 환영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했다면 행사의 취지와 본말이 뒤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은 “소방공무원은 정치인의 업적을 홍보하거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인력이 아니다”라며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긴박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이들의 본질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