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영화관·공사장이 공포로

‘밥벌이 호러’ 넷플릭스 꿀알바

김민하 “저도 가난이 무서웠다”

넷플릭스 ‘꿀알바’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꿀알바’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먹고사는 것보다 무서운 게 또 있을까.”

편의점에서도, 영화관에서도, 공사장에서도 질문은 비켜 가지 않는다. 밥벌이의 현장이 한순간 출구 없는 악몽으로 된다. 하나의 질문이 여덟 편의 호러가 됐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다.

‘꿀알바’의 한준희 기획총괄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먹고 사는 것보다 무서운 게 또 있겠냐’는 작가님들의 질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아르바이트라는 소재가 보시는 분들 모두에게 와닿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꿀알바’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고액 아르바이트만 소개하는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배경으로 한다. 빚에 허덕이던 청년 혁준(이재욱 분)이 이곳을 통해 고수익·고위험 노동 현장에 차례로 투입되며 겪는 일을 그린다.

넷플릭스가 내건 장르명은 ‘생계형 밥벌이 호러’.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쓴 김다민 감독이 처음 장편 시리즈 연출을 맡았고, ‘D.P.’의 한준희 감독이 기획총괄로 힘을 보탰다. 극본은 경민선·이신지 작가가 함께 썼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지난 7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1~4회를 먼저 선보였다.

알바가 시작되면, ‘스테이지’가 열린다

공포는 ‘노동과 생계’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김 감독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일터에 초현실적이고 새로운 장르의 색을 입혀 생경하게 느낄 수 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넷플릭스 ‘꿀알바’ 김민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꿀알바’ 김민하 [넷플릭스 제공]

화면은 혁준의 평범한 하루에서 출발한다. 아르바이트 현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김 감독은 조명과 장애물, 강렬한 색을 끌어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비틀었다. 게임의 새 스테이지가 열리듯 일터가 새로운 세계로 보이게 하려는 설계다.

이야기의 뼈대에는 인터넷 괴담 문화가 깔려 있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나폴리탄 괴담이나 각종 도시전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나폴리탄 괴담은 지켜야 할 기이한 근무 수칙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공포를 쌓아 가는 괴담 형식이다. 다만 ‘꿀알바’는 편의점 수칙 괴담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여덟 편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1부부터 8부까지 일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최종 보스’가 기다린다. 사람일 수도, 건물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이번에는 어떤 존재가 등장할지 예측하면서 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릎 꿇는 주인공, 가난이 무서운 사람들

공포는 초현실에서 오지만, 인물들을 움직이는 힘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혁준은 영웅이 아니다. 김 감독은 혁준을 생활감 있고 짠내 나는 인물로 그렸다. 허당기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살아남는 일 앞에서만큼은 집념을 놓지 않는다. 액션에도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 감독은 “각 잡힌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도망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거나 싸울 것 같은 순간 무릎을 꿇고 빌기도 하는 처절한 생존 액션을 고민했다”고 했다.

넷플릭스 ‘꿀알바’ 이희준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꿀알바’ 이희준 [넷플릭스 제공]

혁준의 동생 지윤 역의 김민하도 같은 주문을 받았다. 멋있게 싸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 “너무 하찮더라”는 것이다. 김민하는 멋있어 보이고 싶었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지윤이한테는 이게 맞다”는 입장에 갈망은 감췄다.

그간 감정을 누르는 역할을 주로 맡아 온 김민하는 ‘꿀알바’를 통해 그간의 한풀이도 했다. 비속어를 쓰고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귀신보다 가난이 무서운 지윤의 대사엔 자기 고백을 얹었다. 그 역시 “굉장히 공감하면서 대사를 쳤다. 저도 가난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혁준을 위험천만한 일터로 이끄는 거미인력 사장은 이희준의 몫이다. 이희준은 “찾아오는 알바생들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다”며 “불안해 떨게 하지 않고 선뜻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게 만드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희준은 후반부의 흐름도 예고했다. 6회 공사장 알바 에피소드부터 이야기가 크게 방향을 틀고, 흩어져 있던 네 인물이 한자리에 모이며 “대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날 이재욱은 군 복무로, 노동재해 보호원 사고조사관 음연주 역의 고민시는 다른 작품 촬영 일정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이재욱은 영상을 통해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제가 있는 자리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꿀알바’를 응원하고 기다리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괴담의 끝에서 이야기는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온다. 김민하는 “울고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결국 나에게 먹고 사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