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1분기로 미뤄진 주주환원 기대감
SK하닉 자사주 20조 매입 돌입해 주가 하단 지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의 관심은 예견된 역대급 실적 대신 이익 성장의 지속성과 주주환원책의 실효성으로 옮겨간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 계획의 구체성과 실행 여부가,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주가를 가를 전망이다.
30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3.7% 내린 22만3500원에, SK하이닉스는 5.4% 하락한 144만4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4.13% 내린데 이어 이날도 하락 출발했다. 지난 28일 3분기 실적과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전날 2.62%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 출발했다.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 변수는 주주환원책의 구체성이다. 회사는 전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총 주주환원 규모를 90조~110조원으로 제시했지만, 이미 계획하거나 집행한 35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55조~75조원의 세부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잔여 재원의 집행 계획을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확정하겠다는 방침이 시장의 추가 주주환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면 주가 하단을 지지할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꺾인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올해 총주주환원 규모는 90조~11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55조~75조원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주주환원 규모 자체는 기존 최대였던 2020년의 20조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만큼 구체적인 집행 시점과 방식이 주가의 단기 변수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는 중장기 실적 개선 기대를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책에 대한 실망이 삼성전자 주가를 압박 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 사업의 실적 성장세가 주가를 뒷받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10곳과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추가 10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 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부가 제품의 매출 비중을 높이며 실적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HBM4와 서버용 DDR5, SOCAMM,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가 더해지면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2027년 HBM 공급 물량은 목표 가격 수준에서 이미 판매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사주 추가 매입에 돌입한 SK하이닉스는 단기적인 주가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 반등 기대감이 보다 뚜렷하다.
회사는 지난 29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약 2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주주환원 목적의 10조원어치는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는 임직원 보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이 실제 매수 수요로 이어지는 데다 소각을 통한 주식 수 감소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저평가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실적 성장과 주주환원이 맞물릴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주가 반등의 전제는 실적 성장세다. HBM과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면서 중장기 실적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돌아 메모리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반영해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2% 높인 488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HBM4 공급 확대와 가격 상승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HBM4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HBM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027년 HBM 평균판매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공급계약 확대는 실적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고 2029년 물량까지 판매처를 마련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 공급계약 확대가 향후 실적의 가시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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