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에 넣었던 퇴직금, 즉시 인출 시 퇴직소득세 폭탄
연금 수령 시 운용수익 절세도 가능
중간 정산 받은 경우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 따져봐야
사학연금 가입자, 명퇴수당 IRP 이체 시 감면 혜택 받을 수 있어
올 9월 약 36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박연금 상무. 정든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이 서운하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인생의 황혼기를 앞두고 재충전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그도 그럴 게 평생 만져보지 못한 큰돈인 5억원을 퇴직금으로 받게 된 박 씨. 자동차도 바꾸고 해외여행도 할 겸 직장 생활 동안 부었던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해지했다.
들뜬 마음에 별생각 없이 IRP를 곧장 해지한 박 씨. 하지만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들어와야 할 5억원이 4억5000만원으로 줄어든 것. 그동안 유예됐던 퇴직소득세 10%가 한 번에 부과된 것이다. 박 씨는 “퇴직소득세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 안이했다”며 “그때로 돌아가면 연금으로 나눠서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Q. 박 상무가 갑자기 퇴직소득세를 부과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퇴직금은 당연히 고객의 소중한 권리이자 자산이 맞습니다. 하지만 법률상 개인형 퇴직연금 IRP 계좌는 ‘제도적 세금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이 보호막 안에 자금이 있으면, 국세청에서 “노후 자산으로 활용할 자금이구나”라고 인지하고 세금 징수를 유예해 줍니다. 이를 ‘과세이연’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걸 중도 해지하여 일시금으로 인출하는 순간, 그동안 유예되었던 퇴직소득세 100%가 그 자리에서 원천징수되어 차감됩니다.
Q.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퇴직소득세는 일반소득세와 어떻게 다른가요?
A. 퇴직소득세는 일반 근로소득세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근로소득은 매년 발생하는 소득이지만, 퇴직금은 수십 년간 쌓인 소득이 퇴직 시점에 한 번에 실현되는 자금입니다. 만약 이를 일반 소득처럼 한 해에 전부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되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세청에서는 두 가지 핵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근속연수공제’와 ‘연분연승 원리(연분)’입니다. 연분이란 퇴직급여를 근속연수로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장기간 근속하면 높아진 퇴직소득을 해당기간으로 안분하면 금액이 줄어들어 누진세율을 적용해도 세율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공제금액이 커질 뿐만 아니라, 나누어지는 연수가 늘어나 낮은 세율 구간(6%~15% 등)을 적용받게 됩니다.
따라서 ‘근속연수를 얼마나 길게 인정받느냐’가 퇴직소득세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만약 재직 기간 중 주택구입 등의 사유로 퇴직금을 중간정산(중도인출) 받은 적이 있다면, 근속연수가 복구돼,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Q. 만약 중간 정산을 받았다면 손해인가요?
A. 20년차인 2010년에 1억원 중간 정산 후 16년을 더 근무해 올 3월 퇴직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근속연수가 2011년부터 다시 기산되어 최종 근속연수가 16년으로만 계산됩니다. 그렇게 되면 근속연수공제도 적어지고 연분연승 시 나누는 분모가 작아져 누진세율 구조상 퇴직소득세가 불리하게 높게 책정됩니다. 이때 반드시 활용하셔야 하는 제도가 소득세법상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적용’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던 근로자가 최종 퇴직하는 경우, 정산 당시 퇴직금과 최종 퇴직금을 합산값을 전체 근속연수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제외한 차액만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적용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세금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전에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다면 반드시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적용을 신청해서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Q. 일단 기초 배경은 이해했습니다. IRP를 해지했을 때와 연금으로 받았을 때의 세금 납부액 차이가 궁금합니다.
A. 55세에 퇴직하면서 퇴직금 5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퇴직소득세는 10%인 5000만원, IRP 운용에 따른 운용수익은 1000만원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일시금으로 인출하는 경우 퇴직소득세 5000만원을 그대로 납부해야 합니다. 또 IRP에서 발생한 운용수익도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인출하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운용수익이 1000만원이라면 16.5%인 165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죠. 결국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총 세금은 5165만 원입니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퇴직금에 대한 세금부터 달라집니다. 연금수령기간이 10년 이하라면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받게 됩니다. 5000만원이던 퇴직소득세가 35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운용수익도 차이가 있습니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운용수익에는 일반적인 금융소득세 15.4%가 아니라 연금소득세가 적용됩니다. 55세 이상 69세 이하라면 5.5%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운용수익 1000만원에 대한 세금은 55만원만 부담하면 됩니다.
따라서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총 세금은 퇴직소득세 3500만원, 운용수익에 대한 연금소득세 55만원 등 총 3555만원입니다. 연금 수령 시 1610만원의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연금수령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세금을 더 아낄 수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실제 연금수령기간에 따라 퇴직소득세 감면율이 조정되는데요, 1년차부터 10년차까지는 30% 감면, 11년차부터 20년차까지는 40%, 21년차부터는 50%가 감면됩니다.
당장 큰 금액의 연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10만원 정도만 먼저 수령하면서 연금수령기간을 쌓아두고, 11년차부터는 40% 감면, 그리고 21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퇴직금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세금은 수백만 원이 아니라 수천만 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수령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까지 함께 계획하는 것이 노후 자산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Q. 사학연금 가입자는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A. 사학연금 가입자들이 퇴직할 때 꼭 알아두셔야 하는 퇴직수당과 명예퇴직수당의 IRP 활용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학연금이라고 하면 매월 받는 연금만 생각하시는데요. 실제로 퇴직할 때 받게 되는 퇴직소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평생 매월 지급받는 사학연금, 두 번째는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퇴직수당, 세 번째는 60세 이전 명예퇴직을 하는 경우 지급되는 명예퇴직수당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퇴직수당과 명예퇴직수당의 과세 방식입니다. 과세되는 재원만 IRP에 입금 할수 있기 때문이죠.
먼저 명예퇴직수당은 전액 퇴직소득세 과세 대상입니다. 반면 퇴직수당은 근무기간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집니다. 2002년 1월 1일 이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수당은 비과세이기 때문에 IRP로 이체할 수 없습니다.
2002년 1월 1일 이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수당은 과세 대상이므로 IRP 로 이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33년 근무하고 정년퇴임을 앞두신 교수님이 퇴직수당이 9천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가운데 2002년 1월1일 이후 근무기간, 약 24년에 해당하는 금액이 6000만원이리면, 이 금액은 IRP로 이체가 가능합니다. 반면 2002년 1월 1일 이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은 비과세이기 때문에 IRP로 옮길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퇴직수당을 모두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IRP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왜 사립학교 선생님들은 IRP로 옮겨야 하나요?
A. 첫 번째 장점은 퇴직소득세 절세 효과입니다. 명예퇴직수당이나 과세 대상 퇴직수당을 IRP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퇴직금을 받더라도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지, IRP를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퇴직수당의 수령 방법까지 함께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급여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연금저축이나 IRP로 이체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60일이 지나면 연금계좌로 이체할 수 없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기간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 장점은 운용수익에 대한 절세 입니다.
퇴직금을 일반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면 금융소득세를 부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IRP 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은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에서 5.5%의 낮은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됩니다. 과세이연을 통해 세금까지 자산을 운용할 수 있고, 나중에는 일반 금융소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장점은 건강보험료 관리입니다. 퇴직하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죠. IRP에서 수령하는 퇴직급여는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즉, 퇴직금을 수령 하셔서 일반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것보다 IRP를 활용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서상혁 기자/한유진 우리은행 차장]
hy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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