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개 브랜드·120여 개 차종 OE 공급

대구PG 시험 주행 거쳐 창녕공장서 생산

로봇이 나르고 AI가 검사…연 1100만개 생산

프리미엄 브랜드향 매출 1년 새 80%↑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완제품 창고.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완제품 창고. [넥센타이어 제공]

[헤럴드경제(창녕·대구)=권제인 기자]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차선을 바꾼 뒤, 또 한번 왼쪽으로 차선을 바꿨다. 차량 출발 전 안내를 받았음에도 몸이 양쪽으로 쏠리자 ‘억’ 소리가 절로 났다. 이번에는 속도를 시속 120㎞로 올려 차선 두 개를 한 번에 바꿨다. 더욱 빨라진 속도와 이동거리에 차체는 더 크게 흔들렸다.

지난달 22일 찾은 넥센타이어 주행성능평가센터(대구 PG)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이 고속주회로를 오가며 프리미엄 타이어 성능 테스트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타이어의 주행 성능을 최종 검증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개발 막바지 타이어의 승차감과 조종성을 최종 확정한다.

이렇게 검증을 거친 타이어는 6㎞ 떨어진 경남 창녕공장에서 생산된다. 창녕공장은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통해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행성능평가센터(대구 PG)에서 타이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시속 120㎞에서 차선 두 개를 한 번에 이동하는 모습. 권제인 기자
넥센타이어 주행성능평가센터(대구 PG)에서 타이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시속 120㎞에서 차선 두 개를 한 번에 이동하는 모습. 권제인 기자

원재료부터 출하까지 1㎞로 이어져…겹겹이 쌓는 타이어 뼈대

넥센타이터 창녕공장 대구 PG 개요
넥센타이터 창녕공장 대구 PG 개요

창녕공장은 2012년 3월 가동을 시작한 넥센타이어의 세 번째 생산거점이다. 약 50만㎡ 부지에 1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1100만개로, 하루 3만1000~3만2000개의 타이어를 만든다. 지난해 2월에는 누적 생산 1억개를 돌파했다.

공장 안에는 약 1㎞ 길이의 생산라인 2개가 공정 순서대로 일렬로 늘어서 있다. 원재료를 입고하는 과정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완제품을 컨테이너에 싣는 것까지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설계해 공정 간 이동을 줄였다.

첫 공정인 정련동에 들어서자 화학약품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정련 공정은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와 화학약품을 배합하는 과정이다. 언뜻 보면 같은 고무이지만, 노면에 닿는 트레드와 옆면 사이드월은 정련 공정부터 다른 배합으로 만들어진다. 작업자가 검은색 천연고무와 흰색 합성고무, 화학약품을 2층에서 투입하면 믹서기 역할을 하는 설비가 이를 섞어 1층으로 내보내고, 고무는 압연 과정으로 이동하게 된다.

압연은 타이어에 들어가는 반제품 4종을 만드는 과정이다. 타이어 겉면의 트레드 안쪽으로 캡플라이와 스틸벨트, 카카스, 이너라이너가 차례로 겹겹이 자리한다.

카카스는 타이어의 기본 뼈대이고, 이너라이너는 튜브 대신 공기가 새지 않도록 막는 고무층이다. 스틸벨트는 강철 와이어에 고무를 입힌 띠다. 트레드를 단단하게 받쳐 접지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못이나 돌 등에 찔리거나 찢기는 손상이 타이어 내부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 캡플라이는 나일론 원단에 고무를 입힌 층으로 스틸벨트와 트레드 사이에 자리한다.

만들어진 반제품은 타이어 규격에 맞춰 자동으로 재단된다. 공정 사이는 노란색 무인지게차(LGV)가 오가며 반제품을 옮긴다. 앞뒤 센서가 사람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면 스스로 멈추고, LGV끼리 경로가 겹칠 경우에는 한 차량이 양보하며 공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한다.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LGV 무인지게차가 반제품을 옮기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LGV 무인지게차가 반제품을 옮기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천장 레일 타고 이동…‘붕어빵 틀’서 10분간 쪄내 완성

성형 드럼이 회전하며 그린타이어를 만들고 있다. 권제인 기자
성형 드럼이 회전하며 그린타이어를 만들고 있다. 권제인 기자

성형 공정에서는 반제품을 차례대로 감아 형태를 갖춘 ‘그린 타이어’를 만든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된다.

조립 과정 역시 자동화됐다. 좌우 두 개의 성형 드럼이 각각 회전하며 반제품을 감은 뒤 가운데서 하나로 합쳐져 타이어 형상을 만든다. 스틸벨트와 캡플라이, 트레드가 차례로 빙글빙글 감기는 식이다.

그린 타이어부터는 바코드가 붙어 언제 어떤 제품으로 생산됐는지 시스템이 관리한다. 그린 타이어는 다시 전동 모노레일(EMS)에 실려 천장을 타고 가류기 앞까지 옮겨진다.

가류는 그린 타이어에 열과 압력을 가해 화학적 성질을 바꾸는 공정이다. 금속 몰드 안에서 약 10분간 쪄내는 동안 트레드 무늬와 옆면 글자가 새겨진다. 붕어빵 틀에 반죽을 넣고 굽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가류기가 열리자 타이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자동화설비가 이를 꺼낸 뒤 새 그린 타이어를 집어넣었다.

전동화 흐름에 맞춘 흡음재 라인도 있다. 노란 로봇팔이 타이어 안으로 들어가 스펀지 형태의 흡음재를 붙인 뒤 타이어를 돌리며 마무리한다. 흡음재 재단부터 부착까지 모두 자동이다.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의 가류공정.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의 가류공정. [넥센타이어 제공]

AI로 99.56% 판독…50m 창고는 로봇이 척척

넥센타이어 AI기반 제품 비전검사 자동화 시스템.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 AI기반 제품 비전검사 자동화 시스템. [넥센타이어 제공]

완성된 타이어는 3단계 검사를 거친다. 검사원이 눈과 손으로 외관을 살피는 과정이 가장 먼저다. 그 뒤에는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 차량을 운행하듯 회전시키며 균일성을 측정한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차에 달았을 때 소음과 핸들 떨림, 편마모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듯 X선으로 내부를 들여다본다.

X선 검사는 사람과 AI가 함께 진행한다. AI는 상단의 세로 모니터를 활용하고, 검사원은 아래 모니터를 보며 판정을 내린다. 둘 다 초록색이면 정상이다. 숙련 검사원의 판단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2024년 도입됐으며, 검사 재현율은 99.56%에 달한다. 현재는 넥센타이어의 국내외 4개 공장 모두 적용됐다.

검사를 마친 타이어는 바코드로 인식해 같은 규격끼리 자동 분류된다. 분류된 타이어는 높이 약 50m의 자동창고로 옮겨지고, 크레인이 입고와 출고를 한 번에 처리한다. 과거에는 20~30명의 작업자가 손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로봇들이 타이어를 알아서 정리하고 보관한다. 덕분에 타이어별 미세한 인치 및 폭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발생했던 오류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 라인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HMM, 에버그린,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컨테이너가 늘어서 있었다. 창녕공장 생산량의 약 40%는 OE 타이어로, 생산된 물량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된다.

폭스바겐·포르쉐가 직접 보고 결정…유럽 4대 프리미엄 다 뚫었다

넥센타이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OE 공급 현황
넥센타이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OE 공급 현황

회사 관계자는 폭스바겐과 포르쉐가 직접 공장을 둘러본 뒤 공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창녕의 전 공정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약 9억유로를 들여 지은 체코 자테츠 유럽공장에도 그대로 옮겨졌으며, 2분기 기준 넥센타이어 매출의 46%가 유럽에서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30여 개 완성차 브랜드, 약 120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한다. 첫 해외 OE 공급을 시작한 2012년 24개 차종에서 다섯 배로 늘었다. 2016년 포르쉐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로 공급처를 넓혔고 BMW ‘노이어 클라쎄’의 첫 타이어 파트너로도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 이들 4개 프리미엄 브랜드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 늘었다. 2분기에는 중국 BYD에도 처음으로 OE 공급을 시작했다.

외형도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3조1896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늘며 처음 3조원을 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703억원으로 1.1%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7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영업이익은 885억원으로 6.2% 늘었다.

넥센타이어 글로벌 OE 공급 현황
넥센타이어 글로벌 OE 공급 현황

시속 160㎞ 한계 주행…“차량에 꼭 맞는 타이어 개발”

넥센타이어 주행성능평가센터(대구 PG)에서 타이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장파형로를 달리리고 있다. 권제인 기자
넥센타이어 주행성능평가센터(대구 PG)에서 타이어 성능 테스트를 위해 장파형로를 달리리고 있다. 권제인 기자

대구 PG는 고성능 타이어 개발의 최종 검증 거점이다. 창녕공장에서 차로 5분 거리로, 시험로 8개를 갖췄다. 넥센타이어와 르노코리아 두 회사만 사용한다. 생산 공장 바로 옆에서 개발 타이어를 시험하고 결과를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해외 테크니컬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 17개 시험장과도 연계해 평가한다.

완성차 업체가 시험 차량을 지정하면 레퍼런스 타이어 1개와 구조를 달리한 시험 타이어 3~4개를 한 묶음으로 번갈아 끼우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다.

시승은 승차감을 보는 ‘라이드’ 테스트부터 시작됐다. 시멘트 노면을 시속 60㎞로, 물결처럼 굽이치는 장파형로를 시속 30㎞로 달리며 타이어가 잔진동을 얼마나 걸러내는지 확인했다. 타이어도 스프링처럼 충격을 흡수하는데, 이 강성이 차량 서스펜션과 맞아떨어져야 진동이 증폭되지 않는다.

이어 고속주회로에서 조종성을 보는 ‘핸들링’ 테스트가 진행됐다. 양쪽에 약 30도 경사의 뱅크가 있어 회전 구간에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시험은 시속 100㎞에서 시작한다. 먼저 운전대를 아주 작은 각도로 움직이는 ‘온센터’ 평가로 타이어의 기본 골격인 카카스가 제대로 반응하는지 확인한다.

차선을 바꾸는 ‘오프센터’ 평가에 들어가자 서 책임연구원은 “차를 앞뒤, 양옆으로 네 등분해 어느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핸들을 꺾었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꺾는 방향의 앞 타이어다. 앞 타이어가 눌리는 양과 다시 올라오는 속도, 차체의 앞뒤 쏠림(피칭)과 좌우 기울어짐(롤링), 회전(요잉)을 하나하나 짚었다. 실제 평가에서는 올시즌 타이어 기준 시속 160㎞까지 속도를 올린다.

넥센타이어 주행성능 평가센터.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 주행성능 평가센터. [넥센타이어 제공]

평가는 평가자가 직접 몰며 점수를 매기는 감성 평가와 장비로 수치를 재는 계측 평가로 나뉜다. 10점 만점인 감성 평가에서 OE 타이어는 7.2점, 교체용은 6.5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계측 평가에서는 ▷마른·젖은 노면 제동거리 ▷소음·진동(NVH) ▷수막현상 발생 속도 등을 기준이 되는 레퍼런스 타이어와 비교한다. 젖은 노면 제동력(웨트그립)과 통과소음처럼 타이어 라벨 등급을 매기는 인증 시험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서 책임연구원은 “어느 한 군데가 강하다고 그 타이어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며 “타이어 내부 구조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성능이 완전히 바뀌는 만큼, 섬세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