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넘어 창호까지…국내 시장 ‘선두권’

프리미엄 브랜드 ‘클렌체’로 하이엔드 승부

4중 유리 단창·경량화…기술 경쟁력 강화

전국 500여개 대리점…제작·시공망 강점

재건축부터 노후 교체까지…‘투트랙’ 공략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서울시 서초구 KCC 본사에 위치한 창호 전시장 내부 모습. [부애리 기자]
서울시 서초구 KCC 본사에 위치한 창호 전시장 내부 모습. [부애리 기자]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최근 주거 공간을 둘러싼 고급화 경쟁이 창호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과거 창호의 경쟁력이 단열과 기밀 등 기본 성능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조망, 방음까지 꼼꼼히 따지는 시대다. 특히 고급 자재에 대한 선호가 높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어떤 브랜드의 창호를 쓰느냐도 집의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승부수를 던진 곳이 KCC다. 페인트로 친숙한 KCC가 프리미엄 창호를 앞세워 ‘하이엔드 주거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찾은 서울 서초구 KCC 본사 창호 전시장에는 이런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넓은 유리와 세련된 프레임으로 조망과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창호만으로도 고급 주택이나 호텔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연출됐다. 창밖을 내다보기 위한 단순한 ‘창문’이라기보다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고급 가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KCC는 이처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클렌체(KLENZE)’를 앞세워 재건축·재개발 등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전국 대리점망을 기반으로 커지는 기존 창호 교체 수요까지 잡는 ‘투트랙’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KCC 주요 연혁
KCC 주요 연혁

▶프리미엄 브랜드 앞세워 ‘재건축’ 시장 선점=창호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주택 착공 감소와 공사비 상승으로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한 창호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신규 주택 공급 확대만으로 시장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재건축·재개발과 리모델링, 노후 주택의 창호 교체가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서호영 KCC 창호 부문 상무는 최근 국내 창호 시장이 ‘양극화’됐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고급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지는 반면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오래된 창호를 바꾸려는 실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시장의 물량 자체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만큼 프리미엄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교체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KCC가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해 2021년 내놓은 브랜드가 ‘클렌체(KLENZE)’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방가구와 타일, 바닥재 등에 이어 창호에서도 브랜드와 디자인을 따지는 수요가 늘어난 데 주목했다. 특히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원들이 직접 자재를 비교하고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서 상무는 “재건축 시장은 조합원들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자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며 “다른 마감재처럼 창호도 최고급 제품을 적용하고 싶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렌체는 이런 프리미엄 시장에서 국내 제품뿐 아니라 해외 고급 제품과도 경쟁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라고 말했다.

KCC 창호 제품에 적용된 4중 유리 단면 모습. [부애리 기자]
KCC 창호 제품에 적용된 4중 유리 단면 모습. [부애리 기자]

대표 제품이 ‘M700’이다. 4장의 유리를 하나의 창에 적용한 ‘4중 유리 단창’ 구조가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창을 두 겹으로 설치하는 이중창과 달리 하나의 창으로 구성해 보다 넓은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창을 닫을 때 사방을 밀착시키는 시스템과 부드럽게 닫히는 기능, 고급 하드웨어 등도 적용했다. 단열과 기밀 같은 기본 성능뿐 아니라 조망과 디자인, 실제 사용감까지 차별화한 것이다.

클렌체는 주요 재건축·리모델링 현장에 쓰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리모델링 사업 등에 제품이 적용됐다. 신반포22차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KCC는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정비사업의 적용 사례를 발판 삼아 고급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으로 하이엔드 창호 시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고성능 창호의 숙제인 ‘무게’를 줄이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유리를 여러 겹 적용하면 단열·방음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지만 그만큼 창의 무게가 늘어난다. KCC는 경량 다층 유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성능을 유지하면서 창호에 가해지는 하중을 약 30~40% 줄이는 것이 목표다. 개발과 검증을 거쳐 클렌체를 비롯한 고성능 창호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CC 5개년 실적
KCC 5개년 실적

▶노후 교체 시장도 공략…투트랙 전략=KCC가 바라보는 창호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은 기존 주택의 ‘창호 교체’다. 신축 주택 공급이 감소하더라도 오래된 아파트와 주택의 창호는 시간이 지나면 교체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과 주거 쾌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교체시장 확대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축 중심이던 창호 시장의 무게중심도 점차 달라질 것으로 KCC는 보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주택에 들어가는 창호 물량이 줄어드는 대신 기존 주택에 이미 설치된 창호가 노후화하면서 교체 수요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KCC가 재건축·재개발을 겨냥한 하이엔드 제품과 함께 일반 창호 교체시장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창호 교체 수요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에너지 효율이다. 창호는 외부와 맞닿아 있어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거나 외부 열기가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단열·기밀 성능이 높은 창호를 적용하면 실내 온도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외풍이나 결로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냉난방비 부담과 주거 쾌적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호 역시 단순히 낡아서 바꾸는 제품이 아니라 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교체하는 제품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서 상무는 “과거에는 창호가 낡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단열이나 방음, 주거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기존 주택의 창호 교체가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창호의 역할이 커지면서 교체할 때 따지는 조건도 많아졌다. 특히 기존 주택은 건물의 구조와 창 크기, 기존 창호 상태 등이 제각각이어서 제품 선택뿐 아니라 현장에 맞는 제작과 시공이 중요하다. KCC는 앞으로 창호 시장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 단열·기밀 성능과 내구성, 시공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CC 본사 내부에 다양한 종류의 창호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애리 기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CC 본사 내부에 다양한 종류의 창호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애리 기자]

▶B2B 중심에서 소비자 접점 늘려…‘이맥스클럽’ 운영=KCC는 창호 사업을 통해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페인트와 석고보드, 단열재 등 주요 사업은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높지만 기존 주택의 창호 교체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과 시공업체를 선택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이다. KCC는 전국 500여개 창호 대리점 가운데 제작·시공 능력과 사후관리 등을 평가해 183개를 우수 대리점인 ‘이맥스클럽(e-MAX Club)’으로 운영하고 있다.

창호는 제품 자체만큼 시공 품질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치수를 재고 창호를 제작하는 과정부터 수평과 수직을 맞추고 벽체와 창 사이의 틈을 처리하는 시공까지 최종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회사의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어느 업체가 제작하고 시공했는지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품질에 차이가 날 수 있다. KCC가 대리점의 제작·시공 능력까지 평가해 이맥스클럽을 운영하는 이유다. KCC는 정품 자재 사용 여부와 제작·시공 기준 준수, 사후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우수 대리점을 선정한다. 선정 이후에도 정기적인 평가와 교육을 통해 제작·시공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맥스클럽 홈페이지에서는 소비자가 지역별 대리점과 제품, 시공 사례를 확인하고 견적을 비교할 수 있다. 서 상무는 “창호를 바꾸려는 소비자와 대리점을 연결해줄 수 있는 접점이 필요했다”며 “앞으로는 소비자가 제품과 시공 사례, 지역별 대리점 등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전체 창호 시장의 물량이 과거처럼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높이고, 기존 주택에서는 교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믿을 수 있는 제작·시공업체와 연결해주는 것도 창호 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회사 어때?
그 회사 어때?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