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3일 전방 순시

-“군은 정부, 국방부 입장과 달라야” 파문

-민주당 “군에 항명 요구하는 것처럼 들려”

-군 면제자인 황 대표 이력 다시 거론돼

-피부병으로 군 면제…365만명중 4명 불과

-순시 앞두고 방탄모 썼다 벗었다 수 회 반복

-대대장이 방탄모 쓰는 것 도왔지만 잘 안 돼

[김수한의 리썰웨펀]최전방 순시한 황교안, 방탄모 착용장면 많았던 이유
[김수한의 리썰웨펀]최전방 순시한 황교안, 방탄모 착용장면 많았던 이유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면제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3일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군은 국방부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고 말해 후폭풍이 일파만파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군대가 정부의 명령에 맞서라는 뜻으로 해석돼 ’쿠데타를 일으키라는 것이냐‘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야당 대표가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황 대표의 발언은 지난 23일 ‘민생 투쟁 대장정’의 일환으로 자유한국당이 준비한 강원도 철원 전방 경계초소 방문 현장에서 나왔다.

황 대표는 “정부의 안보 의식이 약해져 시스템을 망가뜨려선 안 된다”며 “남북군사합의를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군에서는 양보하는 입장을 가지면 안 된다. 민간과 정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기보단 완벽하게 해내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평화를 이야기해도 군은 먼저 (GP를) 없애자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은 정부, 국방부의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전방 부대서 “군은 정부 입장과 달라야” vs. “항명 요구한 거냐” 논란 일파만파=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군에 항명을 요구하는 것처럼 들려서 참으로 어이가 없다. 황 대표는 명에 죽고 명에 사는 군인들 앞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 통수권자의 명이나 다름없는 조치를 거부하라고 선동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검사,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 정부 요직을 역임한 황 대표가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 역시 25일 황교안 대표 발언과 관련해 "9.19 군사합의의 충실한 이행과 빈틈 없는 군사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면서 정부 정책을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무분별한 발언은 국가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군 면제자인 황 대표의 한계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황 대표는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하다가 1980년 일종의 두드러기로 알려진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병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다음해인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고,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서영교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징병검사를 받은 365만명 중 황교안 대표와 같은 만성담마진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365만명 중 4명, 0.0001%의 확률이다.

황 대표는 과거 국무총리 시절 전방 순시를 하면서 근무 중인 병사보다 먼저 거수 경례 자세를 취해 군 면제자 논란이 인 바 있다. 상관은 하급자의 거수경례 후 거수경례로 인사를 받는다. 하지만 군 면제자여서 이런 군 인사법에 익숙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최전방 방문 일정에서는 황 대표의 방탄모(일명 ‘하이바’) 착용 장면이 화제가 됐다.

황 대표의 방탄모 착용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아 방탄모를 썼다 벗었다 하는 장면이 유독 취재진의 카메라에 많이 잡힌 것이다.

◆군 면제자 이력 부각…‘하이바’ 쓰는데 어려움 겪어=국내 인터넷매체 ‘더팩트’는 이런 황 대표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황 대표는 방탄모를 썼다가 뭔가 불편한 듯 방탄모를 벗은 뒤 방탄모를 유심히 바라본다. 쓰고 있던 안경도 방탄모를 벗는 와중에 툭 떨어져 안경을 고쳐 쓴다. 옆에 있던 중령 계급의 대대장이 황급히 황 대표가 방탄모를 쓰는 것을 돕는다. 다시 쓰기를 시도, 이제 전투모 착용이 마무리된 듯하다.

그러나 아직 마무리된 것이 아니었다.

황 대표는 방탄모를 쓴 뒤 이를 고정하는 단추를 ‘딸깍’ 체결하지 못했다. 방탄모를 다시 벗는다. 안경도 다시 고쳐 쓴다. 그리고 다시 방탄모 쓰기를 시도했다.

군 장병들에게 일상인 방탄모 쓰기마저 황 대표에겐 쉽지 않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황 대표는 방탄모 쓰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것일까. 경험의 부족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일선부대에 갓 전입한 이등병이 ‘상황’이 걸렸을 때 방탄모를 이런 식으로 썼다 벗었다를 수 회 반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취침 중 비상이 걸렸을 때 5분 안에 완전군장과 소총을 챙겨 선임들보다 먼저 집결장소로 ‘튀어나가야 하는’ 이등병의 절박함을 그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