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53.4%ㆍ르노삼성 70.2% 찬성
코로나19 여파에 ‘위기 극복’ 노사 한마음
내수 판매ㆍ수출 물량 확보 전략 ‘가속도’
2020년 임단협 불씨 여전…“상생 모색을”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오랜 진통 끝에 2019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위기 속에서 발전적인 타협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각각 53.4%, 70.2%의 찬성률로 안건이 타결됐다.
한국지엠 노조는 막판까지 사측과 견해차를 보였던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얻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신차를 구매할 때 차종별로 최대 300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등에 대한 내부 잡음은 2020년 임금협상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번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사무직군 찬성률은 70.2%에 달했지만, 부평·창원공장 및 정비직군의 찬성률은 각각 51.0%, 54.0%, 42.2%에 그쳤다. ‘턱걸이’ 가결에 따라 올해 교섭에서 조합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노사 합의에 따라 기본급이 동결됐으나 일시 보상금 총 888만원 지급과 매월 상여기초 5%의 공헌 수당 신설이 다른 반응을 얻어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과 직무 등급 조정 및 라인 수당 인상, 직군 통합 관련 사항을 2020년 임단협 논의 안건으로 보류했다. 수출 절벽과 수요 위축에 따른 가동률 하락이 이번 교섭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완성차 3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양사의 입장에서 이번 임금협상이 주는 의미는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신차 생산에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앞서 한국지엠은 올해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의 흥행으로 지난달 내수에서 전년 대비 39.6% 늘어난 8965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임금 협상에 따라 공장 가동률 제고는 물론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의 노사 간 갈등을 봉합하고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지난달 종료된 이후 ‘XM3’의 수출 여부는 중장기 행보의 핵심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2분기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자동차 산업 위축은 금융위기 때보다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이라며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친 만큼 코로나19 이후 생산량이 폭증하는 시기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