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대책서 청약제도 개편
일반공급 추첨제 도입 등으로 문턱 낮춰
3040 무주택자 청약당첨 기대감 표출
“어차피 로또” 회의적인 반응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인 A(33)씨는 지난 4일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특별공급에서 예비 당첨자로 선정됐다. 10번째 청약 끝에 받은 첫 예비 당첨인 데다 앞번호를 받아 들떴지만 2·4주택공급대책 발표로 고민에 빠졌다. 공급 예상물량이 생각보다 많고 일반공급 추첨제가 생겨 서울 아파트 청약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어서다.
#. 맞벌이 직장인 B(41)씨는 최근 아내와 논의 끝에 서울 외곽의 작은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하고 주말마다 임장(현장 답사)을 다니는 중이다.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고 설득하던 아내가 돌연 청약을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정부가 2·4주택공급대책에서 청약제도를 일부 손보면서 3040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이 대거 늘어난 데다 일반공급 중소형 물량에 대한 추첨제가 도입되면서 청약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발표한 공급량 자체가 예상치에 불과하고 청약 기회가 늘어난다 해도 대기 수요가 쌓여 있어 추격매수심리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공분양에서 일반공급 물량을 전체의 15%에서 30%로 높이고 전용 85㎡ 이하 일반공급분에도 추첨제를 30% 도입하기로 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수급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청약 가능성을 높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젊은 층을 진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분양시장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실수요자인 3040의 의견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청약 기대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청약 기회가 늘더라도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에서 공공분양 물량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무작위 추첨이면 어차피 ‘로또’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특히 특별공급 대상인 신혼부부·다자녀 가정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특별공급 소득요건을 완화하자마자 공급 비중을 줄이면 경쟁률만 높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청약 당첨 가능성과 별개로 기존 집값은 지금이 가장 저렴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아 매수세를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 젊은 층의 불안심리는 해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40세 미만 청년층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37로, 역대 최고치를 이어갔다. 전체 주택가격전망지수(130)가 전달보다 소폭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업계는 속도감 있는 공급 추진과 적정한 분양가 책정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기다리도록 정부가 신뢰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