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혈당 수치 낙폭이 큰 경우 배고픔 더 느껴”
아침식사는 혈당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 피하는 것이 도움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밥을 먹은 후 다음 식사 전까지 남들보다 배고픔을 더 빠르게 느낀다면 자신의 혈당 변화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 저널에 실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ing's College London)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식사 후 혈당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배고픔을 더 빠르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 스펙터(Tim Specto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07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아침식사 후 혈당 수치와 배고픔 정도,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 체중 변화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식후 2시간 동안 혈당이 최대치로 올라갔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들의 경우, 평균적인 혈당 수치 그룹에 비해 식사 후 3~4시간 동안 75㎈를 더 먹었다. 하루 동안에는 총 312㎈를 더 많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는 연령이나 체중, 체지방지수와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연구진은 “개인이 가진 대사 과정 내 혈당 수치 변화와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이후 느껴지는 배고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유난히 허기를 느끼고 체중감량이 어려운 이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혈당 스파이크란, 일본 도쿄 지케카이의과대학의 사가모타 마사야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다. 공복 상태에서 밥을 먹은 후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다가 얼마 지나서 다시 빠르게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식사 후 급격하게 졸음이나 피로감이 몰려오고, 집중력·판단력이 저하되며, 기분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당 스파이크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면 우리 몸은 상하기 쉽다. 사가모타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혈관 세포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증상은 특히 아침식사를 한 후 나타나기 쉽다. 아침시간은 장시간 공복으로 혈당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음식이 갑자기 들어올 때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기 쉽다. 이럴 때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환되면서 혈당 수치를 더욱 높인다.
‘혈당 스파이크’ 증상을 막으려면 아침식사로 저탄수화물 식단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임상영양학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9)’ 에 실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아침식사 시 탄수화물 함량을 낮춘 메뉴는 식후 혈당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탄수화물 메뉴로 아침을 먹었을 때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나 배고픔이 저녁까지 줄어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아침식사로 흰 쌀·흰 밀가루·설탕 등의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과 단백질, 식이섬유 등으로 구성된 한 끼를 먹는 것이 쓸데없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