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8 학폭사건 부실 수사 사실상 인정
핵심 증거 휴대폰 압수수색 착수키로
수사관 교체, 내부 감찰 등 대책 추진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김경민 기자] 경찰이 결국 부실 수사를 인정하고 재수사에 나섰다.
광주에서 발생한 1대 8 여중생 학교폭력 사건(헤럴드경제 7월 21·23·26·27일자 참조)과 관련해 광주남부경찰서(서장 조규향)가 단순 폭행, 공동 상해 등 애초 기소 의견을 철회하고 사실상 원점에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사 과정에서 ‘맞고소’ 등 합의를 유도한 담당수사관은 교체되고 자체 감찰도 진행될 예정이다. 대중의 공분을 산 이번 사건의 귀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광주남부서와 사건변호인 측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8일 피해 가족을 면담하고 감금, 공갈, 협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등 7가지 고소 사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선다. 고소장을 제출한 지 두 달여 만에 고소 사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느림보 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측이 수차례 이의 제기한 휴대전화·CCTV 등 압수수색을 진행한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말해준 휴대전화는 이미 중고 장터에 팔렸고 일부 증거도 삭제돼 난항이 예상된다.
담당수사관은 또 교체된다.
광주남부서는 수사 과정에서 ‘쌍방 폭행’과 ‘합의 종용’ 등 부적절한 대응과 판단 미스로 두 번이나 수사관이 교체될 처지다. 팀장이 직접 수사를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번주로 예견된 검찰 송치 일정도 재수사 후 기소 의견이 조정될 전망이다.
내부 감찰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남부서는 수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와 합의 종용, 증거 누락 등 자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감찰 결과에 따라 외압설의 실체 유무가 확인될 수도 있고,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칠 수도 있다.
취재진은 29일 광주경찰청 수사감찰계에 사건 인지 및 감찰 여부 확인전화를 수차례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광주남부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감사관이 외근 중이라 답변하기 힘들다.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으나 이후 답변은 없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광주에서 8명의 남녀 학생이 여중생 한 명을 감금·폭행했고 광주시교육청 학폭위에서도 학교폭력으로 조치 결정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쌍방 폭행으로 사건이 뒤집혔다. 폭행 전후 과정은 휴대전화로 촬영됐고 일부는 유포됐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에게 수차례 폭언과 협박을 듣고 현금을 빼앗긴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