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주체 30대가 절반가량 신청
본청약 때 확정되는 분양가, 더 오를까
중형 선호 1.5만명이 전용 84㎡에 몰려
이번주 민간분양·도심복합사업 등 사전청약 확대 발표
공공택지 중 40%는 민간시행 물량…수만가구 가능
올해 서울 도심 사전 청약은 200가구뿐
입주시기 알 수 없고 청약경쟁률 높아
[헤럴드경제=양영경·민상식 기자]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 청약에 9만3000여명을 끌어모았다.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이들의 시선을 끄는 데 일단 성공했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분양가와 주택형 등 실수요자의 요구를 외면한 청약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같은 방식으로 올해 2·3차 청약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기약 없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9만3000여명 신청, 나쁘지 않은 출발=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사전 청약 첫 공급지구인 인천 계양·남양주 진접2·성남 복정1·의왕 청계2·위례(5곳)에서 나온 공공주택 4333가구에 총 9만3798명이 사전 청약해 평균 경쟁률 21.7대 1을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은 공공분양 주택이 28.1대 1, 신혼희망타운이 13.7대 1을 나타냈다. 공공분양 중 특별공급은 15.7대 1, 일반공급은 88.3대 1을 기록했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은 공공분양 709가구에 3만7255명이 신청해 52.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성남 복정1에선 공공분양 583가구에 1만3947명이, 남양주 진접2에서는 1096가구에 1만5927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각각 23.9대 1, 14.5대 1이었다.
신혼희망타운 중 인기가 가장 높은 곳은 위례였다. 전용 55㎡ 418가구 모집에 1만6168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8.7대 1이었다. 이어 인천 계양 12.8대 1, 성남 복정1 7.5대 1 등 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분양 사전 청약 신청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46.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40대 22.9%, 50대 13.4%, 20대 10.8%, 60대 이상 6.8% 순이었다. 신혼희망타운은 30대가 70.9%, 20대가 19.4%였다.
국토부가 수도권 전역에서 청약 가능한 66만㎡ 이상 공공택지인 인천 계양·남양주 진접2·위례를 분석한 결과, 신청자의 38.2%는 서울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34.7%, 인천은 27.0%였다. 위례는 사전 청약 신청자의 51.8%가 서울 거주자였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탈서울’할 수 있다는 실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신청자의 청약통장 적정 여부 확인을 거쳐 다음달 1일 당첨자를 우선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소득과 무주택 등 기준을 충족하는지 추가로 심사해 당첨자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서울 주택 공급 원하는데… 사전 청약 200가구 불과=정부는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3만2000가구 규모의 사전 청약을 실시한다. 대상지는 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와 남양주 진접2, 성남 복정1 등 대부분 수도권 지역이다.
서울 사전 청약 공급은 정부의 애초 목표치에 미달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예정된 3만2000호 물량 중 서울 공급 규모는 200호(동작구 수방사 부지)에 불과하다. 애초 올해 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던 관악구 남태령 군부지(300가구)는 계획에서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태령 군부지는 사전 청약 지구로 반영시키기에는 일정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사전 청약 일정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500가구, 내년 4100가구를 사전 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정된 4100가구도 공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00가구로 가장 비중이 큰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는 개발계획 추진에 서울시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태릉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대체 부지 사전 청약물량에 수천가구가 추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태릉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의 사전 청약 일정은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공개한 사전 청약 예정물량은 태릉골프장 2000가구, 과천청사 1500가구였다. 공공택지의 민간분양까지 포함되면 이들 택지의 물량은 5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사전 청약 확대 발표… 수만호 늘어날까=정부는 최근 민영주택과 2·4대책 후보지까지 물량을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지구지정 요건 확보 등 사업 진행이 빠른 곳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구지정 요건을 확보한 은평구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등 강북권 사업지가 유력하게 언급된다. 현재까지 지구지정 3분의 2 요건을 확보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는 총 11곳(1만6959가구 규모)이다. 이 중 25~30% 정도인 최대 5000가구를 2~3차례 나눠 사전 청약물량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도심복합사업의 공급 규모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철회 요구가 확산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주관하는 공공분양에 국한된 사전 청약을 민영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민간 건설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관련 부처는 사전 청약에 참여하는 건설사에 세금이나 대출, 택지 공급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택지 중 60%는 공공시행(분양 약 25%, 임대 약 35%) 물량이다. 나머지 40%는 민간시행 물량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민간분양물량이 10만가구가 넘는다. 민영주택 사전 청약물량도 수만가구 가능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택지 중 민간이 공급하는 물량이 전체 공공택지의 40%에 이르기 때문에 상당한 물량 확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전 청약물량을 늘려 매매에 집중된 수요를 분양시장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민영주택에선 공공분양보다 전용 84㎡ 등 큰 평형이 많다”며 “사전 청약을 통해 민영주택도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신청했지만… 분양가·주택형 커지는 고민=시장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등장한 사전 청약은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가 됐고,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분양가나 주택형 등에서 실수요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분양가 공개 후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했다. 국토부는 사전 청약 분양가가 입지 여건이 비슷한 단지의 시세 60~80% 수준이라고 했으나 실수요자가 저렴하다고 체감할 가격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추정 분양가는 공공분양 59㎡ 기준으로 인천 계양 3억5628만원, 남양주 진접2 3억5174만원, 성남 복정1 6억7616만원이다. 전 가구가 신혼희망타운 전용 55㎡로 구성된 위례와 의왕 청계2는 각각 5억5576만원, 4억8954만원이다. 여기에 2~3년 뒤 본 청약을 할 때 확정되는 분양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추후 땅값이나 건축비 상승 등을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례로 인천 계양 59㎡ 분양가는 인근 박촌동 ‘한화꿈에그린’(2005년 입주) 전용 59㎡의 6월 실거래가인 3억75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높아진 집값을 기준으로 분양하고 있다는 불만이 담긴 글도 올라왔다.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국민평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전용 84㎡는 인천 계양·남양주 진접2에서 단 73가구만 청약물량으로 나왔는데 여기에만 1만5723명이 몰렸다.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건 이 주택형이 유일하다.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6~55㎡뿐이다. 신혼부부의 수요를 반영한 특화형 공동주택이라지만 자녀가 둘 이상이거나 성장했을 때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지역별 전매 제한(3~10년), 거주 의무(3~5년)로 인해 중간에 이사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물량 쪼개기’가 아쉽다는 반응도 시장에서 나왔다.
정부는 올해 2·3차 사전 청약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토지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입주시기도 알 수 없는 데다 청약경쟁률도 높아 이 자체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전 청약 횟수를 늘린다지만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급이 아니다”며 “당첨될 때까지 버티라는 식의 희망고문인 셈”이라고 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사전 청약에 9만명 이상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무주택 대기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면서 “청약 대기 수요에서 이탈한 이들이 어디로 이동할지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