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트위터 진실·거짓 확산과정 분석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6배나 빨리 퍼져

러, 소셜미디어 조직적으로 이용 확인

‘백악관폭발’ 가짜트윗에 美증시 152조 증발

다양성·평등 회복위해 설계 등 혁신 필요

[북적book적]진짜보다 끌리는 가짜뉴스…SNS가 위험하다
“하이프 머신은 인간의 정신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의 신경 충동을 자극하고 우리를 끌어들여 쇼핑, 투표, 운동 방식은 물론 심지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까지 설득하여 바꾸게 만든다. ”(‘하이프 머신’에서)

#2014년 2월 어느 추운 날 중무장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심페로폴에 있는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 건물을 포위했다. 몇 시간 후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무장 군인들의 살기등등한 협박 속에 투표로 총리 모히리오프를 끌어내리고 친러 성향의 악쇼노프를 앉혔다. 악쇼노프는 푸틴에게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한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크림반도 전역에서 러시아와의 재결합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푸틴은 즉각 군대를 파병, 크림 자치공화국은 열흘 만에 러시아에 합병됐다.

며칠 새 크림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북적book적]진짜보다 끌리는 가짜뉴스…SNS가 위험하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트위터상에서 확인된 모든 진실과 거짓 소문의 확산 과정을 분석한 세계적인 데이터 과학자 시난 아랄 MIT교수는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를 조직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하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메시지가 담긴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음란성 발언이나 혐오 표현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신고가 접수되도록 설정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막아버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짜뉴스나 거짓정보를 만들어낸 것으로, 한 예로 현지 의사인 이고르 로조프스키는 폭력 충돌과정에서 자신이 다친 한 남자를 구하려 했는데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들이 방해했다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졌는데 로조프스키는 가짜 인물이었고 계정도 급조된 것이었다.

20년 동안 데이터 과학자로서 소셜미디어를 연구해온 시난 아랄 교수는 저서 ‘하이프 머신’에서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하이프 머신(hype machine)’으로 명명한다.

하이프 머신은 각종 뉴스에서부터 사진, 동영상, 이야기는 물론 광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추천,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놓는가하면 피드 알고리즘은 개인의 콘텐츠 적합도 우선순위를 매겨 우리에게 도달하는 정보를 결정짓는다.

하이프 머신의 영향력을 알려면 소셜미디어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더 빨리 퍼지고, 60% 더 공유된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참신하고 사람들은 참신한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또한 소셜미디어안에서 사람들은 더 촘촘히 무리를 이루고, 무리 간의 연결보다는 특정 무리 안에서 더 촘촘히 연결된다. 즉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한다는 뜻으로, 하이프 머신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벌어지는 이유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설계방식과 관련이 있다. 즉 도파민 체제 보상이라는 뇌의 메커니즘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이다. 소속감과 사회적 안정에 대한 감각을 통제하는 뇌 부위와 상호작용하며, 연결하고 참여하고 공유할수록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위험행동에 대한 무감각을 낳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사진보다 위험한 행동이 담긴 사진들이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은 경우, 어떤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해야 할 뇌 부위가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하이프 머신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들도 적시한다.

2014년 4월23일 '백악관 폭발, 오바마 부상'이란 내용의 AP통신 발 트윗 하나가 단 5분 만에 주식시장에서 152조원을 증발시켰다. 시리아 해커들이 AP통신을 해킹해 퍼트린 가짜뉴스였지만, 자동 화된 주식 거래 알고리즘에 의해 주식시장이 무너진 것이다.

시장을 파괴하는 가짜뉴스 뿐 아니라 소수 집단에 대한 폭력, 민주적 선거 방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 등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들이 소셜미디어안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기술들은 장밋빛 약속의 잠재력과 엄청난 위험의 잠재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며 우리에게 놀라운 생산성과 혁신, 사회복지, 민주화, 평등, 건강, 긍정, 연대 등을 안겨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민주주의와 경제, 공중위생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단지성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구현하려면 소셜미디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들이 창출해내는 돈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을 지배하는 코드, 규범과 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평등, 균형감을 회복하려면 하이프 머신의 설계와 구조는 물론 그 활용법에 대한 생각까지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하이프 머신의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다양한 콘텐츠와 관점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중심의 네트워크는 집단지혜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균형감을 깨트릴 수 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가져갈 수 있는 데이터 이동성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플랫폼 혁신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발 나아가 ‘좋아요’ 버튼 대신 ‘진실’ 버튼, ‘신뢰’ 버튼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은 정치, 경제, 교육, 건강 등 일상의 모든 것을 점령해버린 소셜미디어의 명과 암, 위험과 기회, 오해와 진실 등을 깊이있게 분석, 균형잡힌 사회를 다시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하이프 머신/시난 아랄 지음, 엄성수 옮김/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