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최근 이어진 고물가·고금리 시대 양극화 현상이 외식 분야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식비를 절감하기 위해 집에서 ‘혼밥’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고급 식당에 가기 위해 예약 대기를 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마포구에서 혼자 사는 백모(35) 씨는 가급적 집밥만 해 먹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호텔 빙수 사진이 올라오면 허탈함을 느낀다고 했다.
백씨는 "빙수 한 그릇에 8만원이 넘는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요즘 힘든 건 나뿐인가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빙수는 지난해보다 2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는데도 매장 대기 시간이 평일에도 1시간이 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스시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요리) 전문 식당은 이번 토요일(23일) 예약이 이미 꽉 차 있었다. 이 음식점의 저녁 메뉴 가격은 1인당 20만원에 달한다.
30대 직원 이모 씨는 "주말의 경우엔 1∼2주 전에 연락을 줘야 예약이 가능하다"며 "다음 달 예약을 한 번에 오픈하는데 토요일 예약은 아무래도 빨리 차는 편"이라고 전했다.
1인당 저녁 식사 가격이 19만∼27만원씩 하는 또 다른 청담동의 스시 오마카세도 당장 평일과 주말 예약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다.
직장인 강민지(34) 씨는 "나랑 나이도 비슷한 또래들이 한 끼에 수십만원씩 쓴다는 소릴 들으면 뭐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다"며 "딴 세상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저축보다 당장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며 '욜로'(YOLO)를 외치던 청년들 사이에서도 소비 성향이 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워져서 자산이 상당히 있는 사람들 아니고는 힘든 상태"라며 "세대 특성보다도 거시 경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자산, 임금에 있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은 '욜로', '플렉스(felx·소비를 과시하는 것)'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현재 상황을 계기로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